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 그림책으로 만나는 지리 이야기 1
김향금 지음, 김재홍 그림 / 열린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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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커서 옛집에 대한 기억을 어떻게 할까? 지금 살고 있는 현재의 집은 30년 40년 뒤 유년의 집으로 기억이 될 것이다. 안방에서 베란다로 거실로 뛰어다니며 놀았던 일, 베란다 화분에 꽃을 심어서 키웠던 일, 인형과 소꿉 장난감으로 놀던 일들을 생각할까? 아니면 엄마 눈치보면서 거실에 있는 컴퓨터 했던 일, 침대 머리 맡에 장난감 잔뜩 올려 두었다고 야단맞은 일들을 생각할까? 무엇이 옛집에 대한 기억으로 맺혀 있을지 궁금하다.

『우리 가족이 살아온 동네 이야기』는 삼대에 걸친 동네이야기다. 할머니와 엄마도 나와 같이 아홉 살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엄마가 아홉 살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은 어렴풋하게 짐작이나 갈 일이지만 할머니가 아홉 살이었던 적이 있었다는 것은 짐작조차 하기 힘들 일일 것이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아홉 살이었던 할머니의 놀라운 과거를 보게 될 것이다.

아홉 살 할머니가 살았던 전라남도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책을 펼치자마자 한 폭의 아름다운 경치에 입이 벌어진다. 역시, 김재홍 작가군. 어김없이 독자들을 그림으로 사로잡는다. 얼마 전에도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 수업을 하면서 『동강의 아이들』을 보여주었더니 모두 경탄해마지 않았다. 『고양이 학교』에서도 유감없이 고양이를 살아 움직이게 마법을 걸더니 이번 작품도 우리나라 시골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었다. 새벽 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운 동네가 멀리 보이고, 왼쪽에 핀 노란 꽃들이 싱싱하게 흔들리고 있다. 동네는 안개로 정화되고 촉촉하고 상큼한 새벽 공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할머니, 아홉 살 연이는 치마저고리를 입고 학교에 다녔으며, 소풍을 갈 때는 고구마와 밤을 싸 갔다. 친구들과 노는 건 각시풀로 인형을 만드는 거다. 엄마, 아홉 살 근희는 서울 청계천 영미다리 건너, 중앙시장 언저리에 살았다. 한 반에 70명이 넘는 아이들이 2부제 수업을 했고, 저녁 늦도록 동네 아이들과 고무줄 놀이를 했다. 아홉 살 나, 아차산과 광나루 사이의 아파트가 빼곡한 동네에 산다. 학교와 편의시설들이 모두 모여 있다. 엄마는 어린 시절 추억이 어린 옛집에 다녀와서 할머니와 옛집에 대해 전화로 한참이나 수다를 떤다.

옛집에 대해서는 모두 할 말이 많다. 어린 시절의 우리 삶을 보듬어준 곳이기 때문이다. 이제 사십, 오십이 된 우리 형제들도 일 년에 한 두 번씩 만나 밤이 깊도록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릴 때 살았던 집이 이야깃거리가 된다. 그 집의 구조가 어떠했으며, 그 집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그렇게 밤 깊도록 이야기하다가 보면 어린 시절 한 집에서 같이 보낸 친동기간의 공감대로 똘똘 뭉쳐졌다.

이 그림책에서 시선을 끄는 한 장면, 남자 아이들이 발가벗고 멱을 감고 있는데 왼편에는 커다란 황소가 풀밭에 누워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아이들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초같기도 하고, 발가벗은 아이들의 물장난에 미소를 머금고 지그시 눈감아주고 있는 듯도 하다. 엄마의 아홉 살을 보면서 내가 살았던 집들이 떠오르고, 놀이가 떠오르고, 그 시절의 친구도 떠올랐다. 고무줄 놀이를 하는데 분홍 원피스를 입고 있는 아이, 아마 무척 잘난척하는 공주과의 아이, 그 아이를 부러워했던 나도 떠올랐다.

우리 아이는 아파트에 살면서 무엇을 떠올리고 추억할까? 안방과 작은방, 거실, 베란다의 똑같은 구조 속에, 학교와 학원, 학원과 집을 오가는 똑같은 일상 속에 집에 대한 따뜻한 기억, 즐거웠던 놀이가 남아있기나 할까 걱정스럽다. 전기밥솥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밥냄새라도 정겹게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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