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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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우리 동네 한의원들이 다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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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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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국내에서도 진정한 글로벌 콘텐츠가 나올 수 있겠다는 설레임으로 행복감을 주는 소설이다.

<헝거 게임>이나 <메이즈 러너>같은 영어덜트물을 지향한 소설답게 10대 특유의 치기와 두려움 그리고 유쾌함이 혼재한 상태에서 3부작의 시작을 힘있게 밀어붙인다. 평소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가? 그렇다면 이 소설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혹은 절대 읽어서는 안 된다. 서울 지하철이 일어난 재난을 소재로 한 소설답게 실제 지명이 등장하는데 해당 라인을 주로 타는 독자라면 더욱 몰입도가 높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거나 혹은 너무 공포스러워 책장을 덮어버릴 지 모른다. 하지만 이야기는 이야기일뿐. 가급적 읽는 것이 한 인간이 독서를 통한 행복을 채우는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인간이 무엇이냐고 묻는 작품이다. 인간들은 인간이 아닌 것들과 조우하고 인간이 아닌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 꼴을 덜 성숙한 인간으로 여겨지는 고교생들이 목격한다.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있지만 극한 상황에서 사람은 너무나 쉽게, 의식조차 하지 못한 채 나쁜 길을 선택한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단이를 비롯한 매력적인 청소년 주인공들은 사람임을 잊지 말고 사람다운 선택을 하자고 다짐한다.

<괴물>의 가족 드라마, <부산행>의 속도감, <아키라>의 신비로움, <혹성탈출>의 주제의식, <슈퍼 에이트>, <기묘한 이야기>, <스탠바이미> 등에서 볼 수 있었던 10대들의 모험담... 등 장르적 쾌감이 최고 수준인 작품이면서도 상당한 여운과 함께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높이는 작품이다. 꼭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국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는 시리즈로 성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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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열대
해원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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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의 편집자다. 

책에 실린 '편집자의 말'에도, 캐비넷 블로그 편집자 일기 중 '현실왜곡장속으로'에도 이미 이 책에 관해 여러 이야기를 했다.

어찌보면 업자로서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철저히 독자로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직 출간된 지 얼마 안 되서인지 독자들의 좋은 평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큰 주목을 받지 못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견디지 못 하고 직접 독자 리뷰 하나를 더 보태보기로 했다.
완전한 독자로서 리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경계에 있는 독자로서 최대한 진실되게 리뷰를 해보련다.

난 이 책의 초고를 읽었고 최종고도 당연히 읽었다.
작품의 질에 있어 큰 변화가 생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초고도 무척 잘 쓰여진 액션스릴러였으나 독자가 보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주인공 순이의 감정선을 좀 더 친절하게 정리해 준 수준의 수정이었다.
물론 그것을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지만 작가는 신인이지만 프로답게 능숙하게 해내주었다.

초고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자부심이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구나' 하는 자부심.
나는 이와 비슷한 감정을 2003년 <태극기 휘날리며>를 봤을 때 느꼈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이런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자부심.
<태극기 휘날리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엄청난 수작이라고 생각해 그런 감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느꼈던 자부심은 '만듦새가 영미 소설/할리우드 영화 못지 않다' 는 느낌이었다.
작품성이라는 관점보다 한 편의 대중소설로서의 완성도 차원의 느낌이었다. 

물론 <슬픈 열대>는 수작이기도 하다.
나는 한 번도 가지 못 했던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영화 <시카리오>를 통해 잠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던 마약 카르텔이라는 소재를 잡아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던졌다고 생각한다.
또한 하드보일드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성을 뛰어나게 살렸는데,
'늑대'라는 맥거핀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복잡한 콜롬비아 카르텔 전쟁의 구도를 더욱 흥미롭고 몰입감 있게 설정하였고
무엇보다 내 소설 읽기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액션씬을 연출, 묘사해냈다.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표현이 무색하게 그냥 영화다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다.

뛰어난 장르성이 오히려 메시지를 가리는 것 같기도 한데 다른 독자들이 꼭 발견해주었으면 좋겠다.

순이는 트라우마를 간직한 인물이다.
시대와 역사가 만들어낸, 즉 인류가 만들어낸 폭력의 첨단에서 산 인물이었지만
그녀 자신이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 있었다.
소모품처럼 활용되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찾아 새로운 길에 나서지만
추악한 음모의 현장에 또 다시 자신이 활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추악함 속에서 생명을 잃어가는 소녀들을 구하지 못한 채 콜롬비아 땅에 도착하고 만다.

남은 것은 트라우마뿐인 그녀는
콜롬비아 카르텔의 용병으로 고용되어 
돈을 벌면 유럽으로 도망치듯 벗어나겠다는 얄팍한 결심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데
임무 수행 중 유린당한 소녀를 발견하게 된다.
그 소녀의 이름은 리타.

이후부터 순이는 조직의 명령으로 '늑대'를 쫓게 되고
그런 가운데 '리타'를 지키고자 한다.

누군가를 죽이는데는 능숙했지만 지키는데는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던 순이는
또 다시 누군가를 지켜야한다는 부담을 떨쳐버리고 싶지만
누군가를 반드시 지켜내고 싶다는 열망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여자다.

대한민국의 많은 사건 사고를 통해 생명을 잃는 아이들,
그들과 유족의 아픔을 지켜보며 우리는 
이러한 나라, 이러한 역사를 함께 만들어왔다는 것에 죄의식을 갖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가 어떤 일에 동참하는 것은
나와 가까운 사람을 지키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스스로 구원받기 위함이기도 하다.

순이는 가장 지키고 싶었던 이들을 지키지 못했기에
또 다시 누군가를 지키고 싶다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겪지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지켜내고자 노력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럼에도, 그렇기에,
계속해서 누군가를 지켜내는 것.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가치가 아닐까.

<슬픈 열대>는 그렇게
전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동시대성을 자연스럽게 장르 안에 녹여냈다.
그러면서도 큰 재미와 감동을 갖춘 소설이다.

(이 책에 대한 내 평가는 당연히 별 다섯 개이지만 작가도 나도 신인이라는 점에서 반개를 깎으려 했는데 그렇게 별점이 매겨지지 않아 그냥 별 다섯 개를 감히 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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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연대 2019-01-20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한번 읽어보도록 할께요. 편집자의 솔직한 리뷰라 신뢰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