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반양장) 반올림 1
이경혜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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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여섯.

어른의 세계에는 범접할 수도 없고

아이의 세계에선 벗어난 ~ 중간세계에 갇힌 영혼들.

나의 열 여섯은 그랬습니다.

굴러가는 낙엽만 보고도 좋아 까르르거리다가

금새 돌다서서는 눈물 글썽짓던 그 열 여섯에

가까운 친구를 잃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요?

마흔이 넘어서도 이해하기 힘든 갑작스런 죽음을

과연 열 여섯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내 죽음의 의미는 무엇일까요?'로 시작하는

죽은 친구의 비밀 한 자락을 들여다보는 열 여섯은 어떤 마음일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열 여섯이란

피어보지도 못한 꽃봉오리같은 나이로 일기를 마친

 재준이란 아이가 남기고 간 일기장의 첫머리글입니다. 

스스로 죽었다는 가정을 통해 세상을 초연하게 바라보는 소년의 어른스런 일기와

그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못하는 유미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요즘 아이들의 모습은

올해 열 여섯을 맞이하는 내 아이와 그 친구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 리얼하네요.

그래서 재준의 어이없는 죽음이 더 허망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 모습 뿐 아니라 학교나 학교 밖 가정의 모습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들을 그대로 글로 옮겨놓았더군요.

이혼 뒤의 재혼 가정...그걸로 인한 성이 다른 남매가 사는 가정의 모습,

어른이고 선생이라는 이유만 들어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는 선생의 모습과

거기에 반항하는 학생들을 통해 떨어진 교권의 모습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들.

그래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는 픽션이라기보다

제게는 오히려 다큐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불의의 사고에 의해서든 내적 갈등을 이기지못한 자의에 의해서든

지금 이 시간에도 어린 목숨들이 사라져가고 있을 테고

그들의 가까운 누군가는 그들의 죽음으로 또 방황하고 있을 테니깐요.

내 아들도 지금 열 여섯.

이야기가 결코 남의 일같지만은 않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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