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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라면 꼭 가봐야 할 100곳 - 언젠가 한 번쯤 그곳으로
스테파니 엘리존도 그리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내 피 속에 바람이 머무는 것인지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막연한 그리움에 목이 매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내게 그런 방랑을 허락하지않더군요.
공부....취업...그리고 결혼과 출산, 육아...
그런 현실의 족쇄들이 하나, 둘 채워지면서
가볍게 떠나는 여행으로부터도 점점 멀어지게 되더군요.
가보지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작은 갈망들도
싹 틔우지못한채 그냥 묻어두게 되었습니다.
그렇게그렇게 낯설게만 들리던 아줌마 소리가 자연스럽게 들리게 되고
하나하나 내 손길이 필요하던 꼬물거리던 아이들이 자라
나 자신만의 시간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니
내 마음 속의 바람들이 조금씩 파도치기 시작하는군요.
하지만 아직 현실은
남편과 아이들이라는 현실의 족쇄에 묶인 나는야...주부~!
누군가가 어디론가 떠났더니 이렇더라하는 여행기는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고 마음이나마 날개를 쫙 펴고 날아볼 수 있는
작은 위안이 되곤 한답니다.
특히 올 여름처럼 갑작스레 쏟아지는 폭우에 묶여
얕은 개울에 발을 담그는 작은 사치조차 허락되지않은 나날의 연속일 땐
마음으로나마 어디론가 떠나볼 수 있게 도와주는 이와 같은 벗이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넘겼답니다.
한 장 한 장 넘어갈 수록 이 책은 여느 여행기와는 좀 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저자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게
이제껏 제가 읽고 설레했던 여행기의 매력이라면
이 곳은 이런 곳이다. 떠나보지않을래?라고
무심하면서도 시크하게 도발하듯 장소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오히려 소개하는 여행지에 대한 호기심을 부추기는군요.
여자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그 곳들에 대한 자신만의 기록을
같은 여자에게만 살짝 공유하리라하는 느낌??
나와 같은 피가 흐르는 그녀가 치명적 매력을 느꼈던 곳들에 대한 기록은
내 피 속에 잠자고 있던 바람들을 깨워 살랑이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여행지에서 마주한 경이로움과 순간의 아름다움들,
그것들과 마주했을 때 그녀가 느꼈던 그 충격들을
나도 그 곳으로 날아가서 느껴보고 싶은 충동에 저절로 한숨이 새어나오게하거든요.
좀더 현실이 주는 무게가 가벼워지는 날엔
꼭 나를 더 여자로 아름답게 빛내주는 그 곳들로 떠나보리라....
왜 여자라서 그 곳으로 떠나야하는지 내 온몸으로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