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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평점 :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주한 현실과 복잡한 애도, 딸의 시작(?)에 관한 글이다. 장례 과정을 통해 느낀 복잡한 심리에 대해 썼다. 장례식장에서 느꼈던 무한히 복잡한 감정의 끝에 대해 작가는 꽤 정확하게 짚어낸다. 요즘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오래 생각하고 나의 심정을 많이 비춰보는 글이었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p.9)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은 더 빨리 아프게 죽는다고 말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죄책감과 부채감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장례식이 정상 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장이고 장례 절차에서 여자는 소외 대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p.23) 그간 모든 제사와 명절에서 반복된 전통적 여성상이 가장 강하게 재생산되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었다
(p.24)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p.41) 육개장을 먹지 않아도, 남자 상주가 없어도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장례식. 애도가 중심이 되는 간소화된 장례식. 나없는 송별회가 이루어지는, 조금은 산뜻한 애도의 장을
(p.76) 미리 준비한 게 무엇도 없다는 자괴감, 아픈 몸에 대한 죄책감, 이 모든 화살이 개인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플 수밖에 없는 곳에서 아플 수밖에 없이 산다
(p.89)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에 누군가 죽고 기다렸다는 듯이 앞날의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고 했다. 일종의 '미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라고.
(p.90) 이제는 더 잘 살기 위해 '광적으로' 서두른다. 냉장고에 붙은 스티커를 지울 필요 없이, 냉장고를 통째로 버리는 식의 사고 전환이다
(p.143) 아빠의 죽음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재설계토록 자극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세 여자만 남은 이집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구축해야겠다는 뒤늦은 욕구가 생겨났다
(p.209) 잘 죽는다는 것은 죽기 직전 삶을 돌이켰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육체가 부패하더라도 영혼은 부패하지 않는다
대안적인 장례 문화에 대한 고민
천천히 준비하는 나의 죽음
비혼의 할머니로 살기 위해 단단해지는 연습
치매를 준비하고
셀프 장례식을 마련하고
하드디스크는 깨끗하게 지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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