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부
마르틴 쉬르츠 지음, 권오용 옮김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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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 대해서는 양가감정이 있다. 경이로움, 질투, 증오, 부러움.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시선에 가깝다. 중간계층은 추락에 대한 두려움, 상승 욕구를 지닌다. 저자는 사람들이 부에 대해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접근하여 부자의 인성 문제로 재단하면서 부를 구조적으로 보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은 늘 가난을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반면, 부자들은 지금까지 시장 규제 약화, 민영화, 세금 감면등의 혜택을 보아 왔음에도 불구하고 통계나 평가에서 비껴나 있었던 것이다.


과도한 부를 주제로 철학, 경제학, 소설, 시, 심리학 등 장르를 초월하여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보니, 서점 서가에서 경제학 코너 외에 인문학 코너에도 잘 어울릴 듯 하다

#과도한부 #마르틴쉬르츠 #세창미디어 #증정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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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4 - 진실과 비밀 땅의 역사 4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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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우리 역사라는 허울 뒤에 숨겨 있는 추악하고 잔인하며 비겁한 면면을 본다. 자극적이고 불온해서 야사나 풍문아닐까 하지만 발로 수집한 증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에 남연군묘가 있다. 원래 그 자리에 동궁의 원당, 즉 세자의 안녕을 비는 절인 가야사가 있었다. 대원군은 (가야사 석탑자리에 묏자리를 쓰면 2대에 걸쳐 천자가 나온다는 말에 가야사를 불지르고 석탑을 돌로 누군가를 묘를 옮긴 것이 아니고) 일정을 맞춰 이장을 했다. 이 석탑에서 송나라 시대 용단승설이라는 차가 나왔고, 그 차를 대원군이 이상적에게 주었다. 이상적은 그것을 스승인 김정희에게 선물했고, 김정희는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선물했다. 남연군묘가 세한도까지 이어지는 순간이다

세종은 천문기구 간의대를 설치한다. 하지만 명나라 사절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한다. 임진왜란을 겪고 한양을 버린 왕에게 분노한 한성 백성들이 경복궁에 방화를 하고 흥선대원군이 중건하기 전까지 경복궁은 방치되어 있었다. 이후 간의대 옥석은 경복궁 품계석으로, 일영대 석재는 경회루 연못 석축으로 사영되었다. 일제시대 때 서소문과 서대문이 매각되었다. 광화문은 건춘문 옆으로 옮겨 조선박람회의 게이트로 이용되었다

소동파는 고려 문사들이 흠모하는 시인이었으나 정치적으로는 혐한주의자였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은 중종의 능인 정릉을 파해치고 관을 불태웠다. 그래서 지금 현재 정릉 봉분 속 관은 비어 있다

1697년 광주 도공 39명이 굶어 죽었다. 왕은 사치를 막겠다며 관요도 하지 않고, 개인적인 사번도 허용하지 않으며, 거주 및 직업선택의 자유도 주지 않았다. 그냥 굶어죽으라는 소리다. 그래서인가. 일본으로 잡혀간 도공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한국의 기술력은 떨어져만 갔다

도첩제를 폐지하면서 승려들은 부역의 존재가 되었다. 남한산성 축성에 승려가 투입되었다. 부역을 하러 온 승려들은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준비했다. 축성하고 나면 성을 방어했고 성내 사찰도 승려들이 디었다. 대동법 시행 이후 현물을 승려들의 부역으로 충당하기도 했다. 시신 매장, 도토리줍기, 제방공사, 벌목, 종이 제작. 현종은 불교를 탄압하였으나 그가 죽자 정작 현종의 묘 산릉 작업은 승려들이 했다

호찌민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읽었을 가능성은 없다. 벅헌영이 호찌민에게 줬다는 말이 있지만 두 사람이 만난 시기가 없었고 아무리 한자문화권이라고해도 호찌민이 목민심서 원서를 읽을 가능성은 없다

왕들은 잔인하고 이기적이고 내노남불의 대명사였다. 사대부는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며 변화에 더뎠다. 마치 지금의 정치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역시 답사를 위한 설명이 덧붙여 있다. 책들고 답사할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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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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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은 예능일뿐 따지지말자란 구호가 있었다. 농담인데 다큐로 받는 말도 있었고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빈다는 말도 있었다. 특히 여성의 반발에 더 강하게 비아냥거린다. 저자는 드라마나 예능, 영화를 여성주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지점을 짚어낸다

여성에 대한 디폴드값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유리천장이다. 그런 것들이 사라졌다고 주장하지만 여성에게 씌워진 프레임은 사라지지 않고 다양하게 존재한다. 매체 속 여성은 장치와 도구, 수단으로 이용되고, 일상적인 맨스플레인의 가르침을 받고, 남성주의적 시선의 대상이 된다. 남성들은 애교를 부려보이라고 하고 예뻐?라는 한마디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 여성의 변신은 신체적 성숙으로만 다뤄지고 그 평가를 남성이 내린다
저자가 SNS에서 여성 입장에서 내놓은 의견은 페미로 취급되지만, 남성의 이름으로 바꾸어 한 말은 중립적이고 다양한 시각으로 취급된다는 말에 아하 그렇구나 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거구나 싶다
어제그거봤어?란 제목은 단순히 봤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과연 공정한지 불편함은 없었는지 생각하며 제대로 봤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늘 깨어있으라라는 말이 생각났다

#어제그거봤어 #이자연 #증정도서 #상상출판 #책추천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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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역사 3 - 군상(群像): 나라를 뒤흔든 사람들 땅의 역사 3
박종인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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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뚤어졌다. 조선왕조부터 일제시대까지 우리 역사의 삐뚤어진 모습을 만나는 시간이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조선 왕들은 왜 이렇게 잔인하나 싶은 대목이 많다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이 태종 이방원에게는 간신이다. 그래서 그의 묘비에는 간신 정도전으로 쓰여있다
인조는 청나라에서 인질생활을 했던 소현세자와 며느리 강빈에게 질투와 열등감을 느끼고, 강빈에게 사약을 내리고 개새끼라고 썼다
효종은 역모를 꾀한 김자점을 가마솥에 넣고 목과 도끼를 자르는 극형을 실한다
연산군 시절, 시인 어우적은 흩어진 백성을 위해 탄식(유민탄)하는 시를 쓰고, 빈곤문제를 간하는 상소를 올리고 매실 진상에 매화 나무를 자른다는 글(작매부)를 쓰고 자신은 정말 유민이 되어 객사한다
곧은 소리를 한 대사간 류헌에게 연산군은 곤장에 유배를 보내고도 분이 안풀려 다시 불러 추가형을 언도한다
박태보는 숙종에게 쓴소리를 했고, 숙종은 박태보에게 인두로 발바닥을 지지고(낙형), 사금파리 더미 위에 앉힌 뒤 무릎을 바위로 짓이기고(압슬형), 주리를 트는(전도주뢰형) 세가지 형을 모두 집행한다
고종은 3일천하 김옥균을 암살하려고 지석영의 형 지운영을 보냈으나 실패하고 돌아오자 비겁하게 자기 책임을 빼고 지운영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


 

그런 왕을 대하는 태도는 두가지로 나뉜다. 어떤 인물들은 사리사욕을 철저히 챙겼다
임사홍은 권력자에게 대들지 않고 연산군에게 아부하며 자신의 이득을 챙겼고
김자점은 인조반정을 꾀했음에도 사전공작을 통해 일등공신으로 탈바꿈했고 임금의 혀 노릇을 했다
유학자 의병장 류인석은 불의에 항의하는 평민 의병장을 군령 위반 혐의로 처형해버리고
또다른 유학자 의병장 이인영은 서울 진공작전 전야에 아버지 사망을 핑계로 고향으로 들어가 버렸다
친일파 신응희는 의병을 체포해 일신 영달을 꾀했다

반면 자기 신념을 지킨 사람들도 있다
토정비결로 유명한 이지함은 말로만 백성을 구제하지 말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모색을 주장하며 빈민구제 걸인청을 만들기도 한다
정조때 이서구는 세금징수보다 백성의 삶이 먼저라고 하며 백성 편에 섰고
서유구는 백성이 배불리 지내려면 흙으로 만든 떡이 아니라 진짜 쌀로 만든 떡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원칙은 사라졌고 권력은 통제를 잃고 야만이 가득하다
권력과 결탁한 자들은 야만 앞에서 비겁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묵묵히 자기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서 다면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우리 역사이다


 

P.S 책의 뒤에 답사 안내 페이지가 있다. 책 들고 역사 탐방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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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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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 마주한 현실과 복잡한 애도, 딸의 시작(?)에 관한 글이다. 장례 과정을 통해 느낀 복잡한 심리에 대해 썼다. 장례식장에서 느꼈던 무한히 복잡한 감정의 끝에 대해 작가는 꽤 정확하게 짚어낸다. 요즘 읽은 에세이 중 가장 오래 생각하고 나의 심정을 많이 비춰보는 글이었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p.9) 사회 속에서 어떤 사람은 더 빨리 아프게 죽는다고 말한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지 않는다는 죄책감과 부채감을 반복해서 겪으면서,
장례식이 정상 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장이고 장례 절차에서 여자는 소외 대상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p.23) 그간 모든 제사와 명절에서 반복된 전통적 여성상이 가장 강하게 재생산되는 곳이 바로 장례식장이었다
(p.24) 상주는 고인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절차는 고인을 가장 잘 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p.41) 육개장을 먹지 않아도, 남자 상주가 없어도 존엄하게 떠날 수 있는 장례식. 애도가 중심이 되는 간소화된 장례식. 나없는 송별회가 이루어지는, 조금은 산뜻한 애도의 장을
(p.76) 미리 준비한 게 무엇도 없다는 자괴감, 아픈 몸에 대한 죄책감, 이 모든 화살이 개인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플 수밖에 없는 곳에서 아플 수밖에 없이 산다
(p.89) 롤랑 바르트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에 누군가 죽고 기다렸다는 듯이 앞날의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고 했다. 일종의 '미래에 대한 광적인 집착'이라고.
(p.90) 이제는 더 잘 살기 위해 '광적으로' 서두른다. 냉장고에 붙은 스티커를 지울 필요 없이, 냉장고를 통째로 버리는 식의 사고 전환이다
(p.143) 아빠의 죽음은 우리 가족의 미래를 재설계토록 자극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세 여자만 남은 이집에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구축해야겠다는 뒤늦은 욕구가 생겨났다
(p.209) 잘 죽는다는 것은 죽기 직전 삶을 돌이켰을 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육체가 부패하더라도 영혼은 부패하지 않는다



대안적인 장례 문화에 대한 고민
천천히 준비하는 나의 죽음
비혼의 할머니로 살기 위해 단단해지는 연습
치매를 준비하고
셀프 장례식을 마련하고
하드디스크는 깨끗하게 지우길

#딸은애도하지않는다 #사과집 #증정도서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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