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은 살지 - 교유서가 소설
김종광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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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김종광 작가의 "경찰서여 안녕" 소설책을 만났을 때 좀 충격이었다. 충청도 말로 느물거리는 해학과 풍자, 농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에 내가 그렇게 지겹게 여기고 도망치고 싶었던 시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고 답답하기만 했던 시골을 어떻게 이렇게 웃음까지 담아 표현했나 싶었다

이번 책은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작가가 홀로 남은 어머니를 위해 쓴 연작 소설이라고 한다. 어머니 기분씨 시점으로 자신이 십여년 전에 썼던 일기를 다시 읽으며 현재를 서술하는 형식이다

남편이 죽고 혼자 남아서 아이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으나 오늘을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폐를 끼치게 되고 하는게 인생인가보다. 마음은 청춘이나 몸은 힘에 부쳐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농사일은 때가 있어 마냥 기다려주지 않으니 마음만 달음질을 치게 되는 것이 현실. 농사를 그만 두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습관처럼 다시 일을 시작하고 마는 미련함. 이 모든 마음이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보는 것 같다. 엄마 살아계셨을 때 모습과 비슷하기도 하고

노인들의 시간은 느리면서도 빠르다. 마음은 한없이 달음질을 쳐가는데 행동은 느리고 그러면서도 그 느림으로도 일이 끝나가고 시간이 쌓여가는 모습을 보면 기적같이 빠르다 싶기도 하다

기분씨의 일상이 특별할 것 없이 아프고 힘들고 매일이 똑같고 지루해보지만 a. a1, a2..와 같이 조금씩 변주된 모습들로 삶이 이뤄지는 것을 보여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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