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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기 보컬 트레이닝
김명기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15년 6월
평점 :

음악을 시작한지 17년, main job으로 살아온지 어느덧 10년이 돼가네요. 그 중 8년을 입시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 가르치면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기에 지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일인지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도 누군가를 가르쳐 봤기 때문에 갖게 된 생각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기특한 생각을 했었다면 지금보다 조금 더 훌륭한 선생님이 되어 있었겠죠? ㅎㅎ
처음 입시 학원에서 출강을 부탁 받았을 때 소 일거리처럼 생각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를 어렵게 불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 또한 쉬울거라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세 달이 되고나니 내가 도저히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유는 다른게 아니였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마다 수준차이가 너무나도 많이 났는데 제가 각 학생의 수준에 맞게 가르칠 지식과 노하우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너무 못하는게 컴플렉스여서 노래를 잘 하고 싶어서 온 학생들부터 노래로 대학을 가려고 하는 학생까지, 배우러 온 목적부터 너무 다르다보니 그들 개개인이 원하는 '노래를 잘 하는 정도' 의 차이 역시 크게 달랐습니다.
어떤 학생에게는 피아노 앞에서 음을 하나하나 찍어주면서 멜로디부터 같이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가 하면, 어떤 학생은 본인 스스로 곡을 카피해 와서 곧잘 부르는데 더 매끄럽게 잘 부를 수 있는 테크닉이나 안정적으로 부를 수 있는 방법등을 갈구하는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에 각 학생의 니즈(needs)를 캐치 한다음 거기에 맞는 해결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는 역할을 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노래를 배워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래를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도 몰랐고 학생의 문제가 귀로는 들리는데 설명을 해줄 수도 없었습니다. 너무 답답한 시간이였죠.
결국 고민을 하다 3개월만에 학원을 그만뒀습니다. 가르칠 실력이 안되는데 가르치는 일을 한다는 것은 사기니까요.
학원을 그만두고는 그냥 제 공연을 하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런데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될 운명이였는지 또 한번 학원에 출강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저는 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다른 학원에서 보컬 트레이너를 하는 형이 가르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책으로 출판 된 보컬 트레이닝에 관련된 책들을 사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에는 노래 잘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정말 많이 쌓여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책을 봐야하나 싶을정도로 말이죠. 자극적인 제목부터 평범한 발성, 호흡에 관한 책까지. 그만큼 노래를 잘 부르는 것에 대한 욕구가 사람들에게는 크게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보컬 관련 책들 중 상당 수를 읽어봤습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어떤 책들은 "이 책 쓴 사람 나와!" 하고 싶을정도로 형편없는 책들도 있었습니다. 마치 요리를 잘 하고 싶어서 요리책을 샀는데 비싼 재료를 써야만 요리를 잘 할 수 있다며 비싼 재료 사진과 효능 설명으로 도배해놓고 정작 요리하는 방법은 몇 줄로 요약 한 뒤 제대로 알고 싶다면 우리학원으로 오세요! 하는 것처럼. 노래를 잘 하고 싶어 책을 샀는데 책에 담은 지식은 말장난 수준이고 결국 그 책을 쓴 사람이 운영하는 학원에 나오라는 식의 책도 있었고, 어떤 발성법이 진리인냥 고음을 잘 내고 싶으면 무조건 이렇게 노래하라! 식의 책들도 많습니다.
제가 10년 가까운 시간을 가르치면서 배우다보니 확실히 노래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노래! 이것만 하면 당신도 수퍼스타!" 이런 책은 다 사기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는 목소리의 톤도 다르고, 개성도 다르고, 음역대도 다르고, 발음의 특징도 다릅니다. 같은 노래를 듣고 느끼는 감정도 다른데 어떻게 노래를 똑같이 부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어떤 틀 안에 넣고 백 사람을 똑같이 가르쳐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게 노래입니다. 다른 악기와는 다르게 노래는 우리 몸이 악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노래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야 하는 책은 '당신도 이것만 익히면 노래 초고수가 될 수 있다!' 가 아니고 언제 어디서든 스테디한 소리와 호흡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노래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은 다 들어봤을 "말 하는 것처럼 노래하라." 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노래하라는 말이고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노래를 하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말을 하는데 핏대를 세우고 소리를 지르면서 말하지 않는 것처럼 노래를 부를 때도 자연스럽게 하라는거죠. 그런데 이게 참 말이 쉽지 실제로 적용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노래를 할 때는 말과는 다르게 음과 리듬이 생기기 때문에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노래를 부를 수가 없게 됩니다. 똑같은 한 문장을 읽더라도 말을 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는 강세도 다르고 호흡도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만일 그 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초고수인 셈이죠.
어쨌든 우리는 그런 하이 테크닉보다 기초 중에 기초인 발성과 호흡부터 제대로 익히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은 발성고 호흡에 관한 책들이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김명기 보컬 트레이닝은 제가 읽은 호흡, 발성 책 중 가장 체계적으로 잘 정리가 된 책이라고 단언 할 수 있습니다. 많은 책들을 봤지만 그 흔한 CD 한 장 들어 있지 않은데(물론 중요한 부분은 QR코드를 통해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정리가 잘되어 있고 순서대로 연습하기 좋게 만들어진 책은 흔치 않습니다.
김명기씨는 그룹 활의 메인보컬로 활동을 하다 보컬 트레이너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아마 고음을 잘 낸다고 생각하는 남자 가운데 많은 분들이 그의 노래 'Say Yes' 를 한번쯤은 불러 봤을겁니다. 어떻게 보면 보컬보다 트레이너로 더 유명하신 분인데 이번에 책을 냈고 제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였습니다.
여전히 발성과 호흡, 목에 힘을 빼는 방법등에 대해 어떻게 하면 더 쉽게 사람들에게 적용을 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저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길을 보여준 책이였습니다. 두리뭉실한 이론 책이 아니라 확실한 연습방법을 통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책입니다.
프로 보컬을 준비하고 있거나 노래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사람들이 책을 찾는다면 당연히 추천해 주고 싶은 책입니다.
다만 소리와 호흡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본다면 QR 코드로 영상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상당부분 있을겁니다. 왜냐면 호흡이나 발성 연습은 있는데로 따라해서 느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모니터를 하면서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절대적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모니터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가르쳐본 결과 그렇습니다. 내가 내는 소리가 맞는지 호흡이 정확한지 방향성이 맞는지 소리의 위치는 정확한지 등을 스스로 모니터 할 수 있을 정도면 보컬 트레이너를 하면 됩니다. 어쩄든 연습을 할 때 주변에 보컬 트레이너가 있다면 꼭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지금 자신이 보컬 트레이너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새로운 연습 방법과 가지고 있던 지식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