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전자음악 DJ 캘빈 해리스가 작곡하고, 국내에도 잘 알려진 R&B 가수 니요가 부른 <Let's Go>라는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이건 네가 뭘 했는지에 대해서가 아냐, 지금 네가 하는 것에 대해서지."

(It's not about what you've done, it's about what you're doing.)


이 노래를 다 들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지금'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노래 말고도 현재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참 많다. 지금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은 예전에는 '미래'였고, 수많은 과거의 '지금'들이 모이고 쌓여 된 것이다.


잘 알려진 라틴어 속담 중에 Carpe Diem도 저 노래와 의미가 같다. '지금을 누려라.' 지금은 이탈리아어에 대체되어 쓰이지 않는 고대어인 라틴어가 쓰이던 시대에부터 이런 말이 있었으니 그 당시에도 '지금'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현대 대한민국에서는 이걸 말하는 글이 있을까? 놀랍게도 있었다. 바로 문학과지성사 시인선에 실린, 김언 시인의 <지금>이라는 시에서 찾을 수 있었다. 이 시의 주제는 놀랍게도 노래 Let's Go의 주제와 똑같았다. 시간은 늘 흐르고 있으니 지금 당장 하라는 것.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

  

지금 말하라. 나중에 말하면 달라진다. 예전에 말하던 것도 달라진다. (중략) 지금은 기준이다. 지금이 변하고 있다. 변하기 전에 말하라. 변하면서 말하고 변한 다음에도 말하라. (중략) 지금은 변한다. (중략) 지금이 그 순간이다. 지금은 이 순간이다. 그것을 말하라. 지금 말하라.


상당히 짧은 문장으로 지금을 말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실 일상 생활을 살아가면서 지금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하려는 내가 뭘 먹을 것인지, 마감 세일 중인 물건을 살 건지 말 건지에 대해서 등등. 이것들은 지금 뭘 할 건지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사회생활 할 때도 내가 상대방에게 말을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소통에 불편을 느끼기도 하기에 더욱 중요하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 많았다. 나는 한 번도 내 맘대로 진로를 세워본 적이 없다. 학원도 다른 애들 다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끌려가듯 다녔고, 실업계 고등학교에 잠시 관심이 생겼어도 그 의견을 밀어붙일 수 없었다. 가족들은 학업성적이 뛰어났던 내가 그 곳의 소위 '질 나쁜' 아이들에게 오염될까 걱정하며 인문계 갈 생각이나 하라며 내 말을 듣지도 않았다. 대입 수험생 때는 가세까지 기울어 독서실 근처 빵집에서 파는 500원에서 1000원어치 빵과 우유로만 끼니를 때워야 했다. 겨우 들어간 대학교에서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맞지 않는 과니 그냥 졸업장만 따야겠다는 심정으로 다녔다. 결국 학점은 학점대로 안 나오고 중병까지 터져 몸져누워 휴학 상태다.

 

이런 나의 지금까지의 삶을 되짚어 보면 나도 '지금 말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일이 많다. 다니기 싫었던 학원 다니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할걸, 공부만 하지 말고 진로를 좀 더 찾아보고 그 중 관심있는 걸 좀 더 밀어붙여 볼 걸, 다니기 싫은 고등학교 자퇴하겠다고 한번이라도 말할걸, 수험생 때 밥값은 달라고 해 볼걸... 인생사 후회투성이라더니 그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비록 비난이나 비판을 받더라도 '지금', '나의 의견'을 말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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