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섬세해졌을 때 알게 되는 것들 - 길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철학 에세이
김범진 지음, 김용철 사진 / 갤리온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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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는 체한다고, 나 이런저런 경험했다고, 새로 나온 이러저러한 담론과 이론들, 누구도 아닌 내가 정리했다고.., 번쩍번쩍하는 것들이 이제 좀 물린다. 아니면 따라가기 힘든 나이가 된 건지도..

이젠 좀 여백 있고 깊고 맑은 글을 읽고 싶다. 그런 책들만 좀 정리하고 추려서 침대 옆에 두고 읽고 싶다. 그런 마음에 이 책이 걸렸나보다.

문장이 단순해보이나 사색이 깊네. 오랫동안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이런 과정을 여러번 거쳤을 것 같은 조심스러움이 느껴져 왠지 읽는 내가 배려받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런 글을 만나면 더욱 그렇다.

"작은 것이 아름다운 이유는 나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은 채 다른 존재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겸손한 사람의 뒷모습, 수줍은 듯한 아낙네의 엷은 미소, 뒷짐 진 채 손자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너털웃음과 같은 아름다움이다. 반면,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고, 큰 목소리로 자기 이익만 내세우는 사람과 집단의 모습에서는 추함을 느낀다."

'내 목소리와 그림자가 지나치게 커져서 주위와의 조화를 깨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는 맑은 마음'이 섬세함이라 하는데, 내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나에게만 눈먼 인간이었는지, 얼마나 섬세하지 못한 인간이었는지, 나 땜에 그동안 상처받았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상황들, 막혔던 딜레마와 문제들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하고 영감을 주는 책이다.

저자가 피터 셍게의 책을 번역하여 인용한 이런 구절들, 단지 "관찰하고 관찰하라, 그 경험이 적합한 무엇인가로 떠오르게 내버려두라, 어떤 의미에서 거기에는 '의사결정'이란 없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저 명확해질 따름이다. 그 대부분은 당신이 어디에서 왔고 당신이 누구인가로부터 오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할지는 '느껴야' 한다.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다. 당신은 그 상황과 하나인 상태이다."

두고두고 읽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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