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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명문대 의과대학을 나와서 정신과 전문의로 30년을 진료한. 그리고 5권의 책을 낸 작가로써 남들 부럽지 않게 살던 작가는 마흔세살에 파킨슨
병이라는 병을 얻게 된다. 병을 진단받고 한달을 누워 절망스러운 날을 보내던 작가는 문득, 내가 앞으로 살 수 있는 날들이 있고,할 일이 있고,
이렇게 누워서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고통이 너무 심해서 옆으로 누울수도 없지만, 고통이 없는 사이의 시간에 집안 일도 하고, 산책을 하고, 글도 쓰고 주어진 시간을 사소한
행복으로 가득 채우며 살고 있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작가는 믿으며 병이 조금씩 천천히 진행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조금은 더 남아 있기를 바란다.
파킨스병에 걸리기 전에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발견한다.
병으로 인해 천천히 걷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지금껏 보지 못한 '마이크로 월드'를 발견한다.
지는 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옆 사람의 손이 얼마나 따스하고 위안이 되는지,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경이로운지...
이는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도 천천히 마이크로 월드에 빠져 봐야 할 것이다.
작가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살아지는 삶을 숙제하듯이 살았다는 것이다. 버티고 해내고...
내 아는 이 카톡에도 써있는 말이다.
숙제하듯이 살지 말고 축제하듯이 사세요..
해야 할일이 있다면 해야 한다면 즐겁게 축제하듯이 살아야 후회없는 삶이 될것이다.
또 하나의 즐거운 인생을 위해선 꿈꾸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투병중임에도 작가는 집필을 하고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는 새로은 꿈을 꾼다.
이럴 수 있을까 싶다. 아픈 것을 생색내며 보호받고자 하고 세상을 원망하기에 급급할텐데.
남편이나 아이들이 내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옆에 있어 줘서 무척 고맙다. 그런데 그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해준다. 그래서
참 좋다. '유쾌한 짐'이 되기로 한 것은 정말 잘 한 일인 것 같다.(p56)
아픈 환자들이 흔히 하는 말중에 짐이 되기전에 죽어야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픈 시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난 뒤 남편은 그냥 살아만
계셨어도 좋겠다는 말을 한다. 가족은 그런 것이다.
그러니 유쾌한 짐이 되기로 한 작가는 참 잘했어요. 라고 말해 드리고 싶다.
아들과 딸에게 보내는 편지 챕터에선 딸과 아들에게 해주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저리고 뭉클하다.
8살 터울로 자매를 둔 나도 아이들에게 하는 말중 하나가,
엄마가 이세상에서 젤 잘한 일은 너희들을 낳은 일이었다.였는데 작가도 그리 말한다.
이 세상 엄마들은 다 똑같다. 작가여도 아니어도...
작가는 지금의 삶에 감사하며 젊은 시절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지금을 살고 미래를 살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긍정마인드는 정신과의사여서가 아니라 젊은 시절을 열심히 살았고 그래서 지금의 그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으면 다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거 같다.
시한부인생을 선고 받지 않더라고 내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 봄이 어떨까 싶다.
비장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꿈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으로...
작가가 인용한 도종환시인의 '페허 이후'라는 시는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읽었는데,
너무나도 큰 감동이었다.
이세상에 의지할 곳없어 약한 마음 품은 이들에게 큰 힘이 될 만한 시라 옮겨본다.
<페허이후> 도종환
사막에서도 저를 버리지 않는 풀들이 있고
모든 것이 불타 버린 숲에서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있다지는
화산재에 덮이고 용암에 녹은 산기슭에도
살아서 재를 털며 돌아오는 벌레와 짐승이 있다
내가 나를 버리면 거기 아무도 없지만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함께 있는 것들이 있다
돌무더기에 덮여 메말라 버린 골짜기에
다시 물이 고이고 물줄기를 만들어 흘러간다
내가 나를 먼저 포기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