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잊힌 사람들
발레리 페랭 지음, 장소미 옮김 / 엘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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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쥐스틴'이 '오르탕시아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사랑하는 할머니들로부터 듣는 사랑과 '쥐스틴'의 가정에 깃든 파멸의 사랑, 그리고 '쥐스틴'도 모르게 다가와 있던 그녀의 사랑까지. 설렜고, 뜨거웠고, 열렬했다.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내 속을 파고든다. 읽다보면 단숨에 읽어낼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이야기다.



이 책에서 요양원은 '쥐스틴'이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말도 안되는 판타지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치매 노인들을 돌보는 '쥐스틴'의 일상적인 작업을 미사여구 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발레리 페렝' 특유의 문체로 요양원의 냄새, 오래된 복도, 노인의 목소리, 작은 침묵 같은 것들이 굉장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쥐스틴'을 따라서 '오르탕시아 요양원' 복도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쥐스틴'은 그녀가 특히 더 좋아하는 '엘렌'의 이야기를 노트에 담기로 한다. 이제는 거의 외울 정도인 그녀의 사랑이, 삶이, 그저 흘려듣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에는 현재와, '쥐스틴'이 적어내려가는 '엘렌'의 인생, 그리고 '쥐스틴' 가정에 불어닥쳤던 열병과 파멸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작가의 속도를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이 세가지 이야기는 뒤섞이지 않는다.



엘렌의 이야기는 단순히 흔한 노인들의 추억담이 아니다. 젊은 시절의 사랑, 전쟁 이후의 상처,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현재와 교차되며 진행된다. 우리는 '쥐스틴'의 글을 통해서 엘렌이라는 사람의 인생 전체를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다보면 엘렌처럼 '뤼시앵'을 사랑하게 된다. 그의 사랑으로인해 가슴이 벅차고, 미어지고, 그렇게 '뤼시앵'을 기다리게 된다. 엘렌이 그랬던 것처럼.


'쥐스틴' 가족의 사랑은 파멸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걷잡을 수 없는 열병같은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졌다. 끊임 없이 자살을 시도하던 '자살병'을 앓고있던 할머니와 평생 웃지 않는 할아버지, 그리고 아름다운 사촌 동생 '쥘'과 함께 사는 '쥐스틴'의 가정에는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가슴아픈 비밀이 있다.



'쥐스틴'의 사랑은 쿨하다. 주말에 클럽에서 만나 함께 밤을 보낸 남자의 이름도 모른다. 알고싶지 않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온다. 누구도 모르게 서서히. 그녀 자신도 모르게.


작가가 그려낸 '오르탕시아 요양원'의 모습이 다정하다. 죽음을 다루지만 이상하게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요양원이라는 공간 자체는 외롭고 쓸쓸할 수밖에 없는데, 발레리 페렝은 그 안에서도 웃음과 농담, 작은 애정들을 계속 발견한다. 그래서 책 전체 분위기가 우울함보다는 다정한 슬픔에 가깝다.



책을 읽고나자마자 다시 읽고 싶어졌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아프지만 다정한, 그래서 <일요일에 잊힌 사람들>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그립다. 다시 한번 그 순간, 그 찰나를 만나러 다시 읽어야겠다. '발레리 페렝'과의 첫 만남이 너무 강열하고 다정해서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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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맨 : 미야자키 하야오
스티브 앨퍼트 지음, 최영호.김동환 옮김 / 북스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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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어릴 적 처음 마주한 '토토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처음 '토토로'를 본 이후로 지브리의 모든 애니메이션을 섭렵했다. 나만 그랬던 건 아니다. 그 시대 내 또레의 모두가 그랬던 것 같다. '지브리'의 작품들 뒤에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만으로도 나는 홀듯이 책을 집어들었다.



이 책은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일하는 유일한 외국인, 그리고 15년간 지브리 작품의 해외 수출을 담당했던 스티브 엘퍼트의 이야기다. 일본어를 잘하는 미국인으로 '지브리'에서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 사건들, 그리고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던 '지브리'의 작품들을 무사히 서구세계로 팔기위한 저자와 동료들의 고군분투가 경쾌하게 담긴 책이다.


이야기는 무겁지 않다. 가볍과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그리고 저자의 일본에 대한, 지브리에 대한, 그리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그의 상사이자 멘토였던 스즈키 토시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외국인으로서 처음 마주하고 당황했던 일본 특유의 비지니스 스타일도 많이 소개된다. 가까운 나라인 우리에게도 생소한 문화들에, 이 외국인의 좌충우돌을 읽는 재미가 있다.



그가 소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작품에 대해 회의에서 결정하고 다음날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고오고, 상영관을 다 잡아 놓은 상태에서도 원하는 작품이 완성될때까지 끝없이 수정하는 완벽주의, 여행이 아닌 작품 홍보를 위해 절대로 해외에 나가지 않는다면서도 곤란해 하는 저자를 위해 슬쩍 해외에 나갈 힌트를 던져주는, 프로페셔널하면서도 인간적인 사람이다.



저자인 스티브 앨퍼트는 '지브리'의 해외 사업을 담당한 첫번째 직원이었으며, 해외로 수출되는 모든 작품을 함께했다. 주로 '원령공주'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어떻게 해외로 진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필름을 직접 들고 움직이던 시절, 디즈니와 협상하고, 번역과 더빙 문제로 충돌하고, 뉴욕타임즈의 갑질도 이겨내며, 이 과정속의 치열한 협상과 갈등을 이야기 해준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던, 일본의 '상사맨'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에서 언급한 것처럼 '미야자키 하야오'에 관한 책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과, 이 예술가의 작품을 한 사람이라도 더 보게 만들려는 주변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관한 이야기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끝없이 만들어낸다 해도 우리가 그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건 이 '상사맨'들의 공이 크다. 작가의 이에 대한 자부심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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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 삶의 태도를 단단하게 만드는 명문장 필사 ㅣ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필사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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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은 펼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표지부터 차분한 색감이 흐르고 책을 펼쳐도 편안한 느낌이 든다. 제목에서 선포한 부담스러운 '질문'같은 건 없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라는 제목의 뜻을, 던져질 질문에 치열하게 내 답을 찾아내야 할 거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다. 그런데 막상 마주한 책 내용은 상황에 맞는 살가운 이야기를 읽고 "나는 어떻지?" 정도로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를 던져주는 책이다.



이런 필사 책의 최대 장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을 위해서 질주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일단 목차를 열고, 오늘 나한테 꽂히는 제목을 찾아낸 후에, 읽고 쓰면 된다. 대부분의 필사 책이 한 문장에 한 번의 필사라면, 이 책은 한 문장에 한 장의 필사, 그리고 그에 맞는 격언들 두, 세 문장이 준비되어 있다. 영어 원문의 격언도 포함되어 있으니 간단한 영어 공부까지 완성할 수 있다. 영어 필사를 할 때는 약간의 우쭐함도 누릴 수 있다. 주로 굉장히 쉬운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겸손, 자기존중, 평정심, 유머와 여유, 믿음 같은 추상적 가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주는 책이다. 내가 알고 있던, 내가 항시 내 세포에 간직하고 있던 생각들을 끄집어내어, 생각이라는 과정을 거쳐, 단어나 문장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은 생각보다 많은 위로가 된다.



저자의 소개 글 중에 눈에 띄는 문장이 있었다. "달팽이가 천국에 가기까지는 10년이 걸리지만, 달팽이는 천국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10년 동안 이미 천국에 살고 있다." 작가가 말하는 '단단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의 생각에 따라, 나의 태도에 따라, 나의 세상은 내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다.



단단함이란, 상처받지 않고,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상처를 받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고 싸우지 않고도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갈 수 있는 힘을 이야기하는 게 아닐까? 스스로를 돌아보고, 사유하며 쌓아가는, 감정이나 사람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힘, 이런 모든 이야기들이 글자 수가 많지 않은 이 책 속에 담겨있다.



필사란 그저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닿은 문장을 한자 한자 세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문장, 어느 훌륭한 위인의 더 훌륭한 격언 등을 일부러 찾아서 필사하는 것보다, 이렇게 마음을 위로하는 문장과 더불어 좋은 글들과 격언들을 모아놓아서 언제든 뒤적거려 마음에 드는 문장을 필사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 피곤한 늦은 시간에, 무겁지 않은 이야기를 찾아서, 쉽게 손에 쥐고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책으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태도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꽤 괜찮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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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75
펠리치타 살라 지음, 김세실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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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펠리치타 살라는 천재임이 분명하다. 그림 한장 한장마다 리타의 심심함이 묻어난다. 리타의 몸짓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온 몸이 찌뿌둥해지며 하품이 나고 심심해진다. 알록달록한 색들속에 어린 리타가 어떻게 이 심심함을 이겨내는 지 살펴보는 시간이 재미있다.



온통 휴대폰이다. 식당에 가면 아이들은 밥을 먹는 것도 잊은 듯 숫가락을 들고 휴대폰을 보고 있다. 놀이터에 가도 그네에 엉덩이를 걸치고 휴대폰을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예사로운 일이 되었다. 리타가 심심해서 온 몸을 뒤틀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정겨워 보이는 이유다.



집 여기저기에 몸을 길게 늘어뜨리고, 늘어지게 하품하는 리타의 모습에서 어린시절 내가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는 종이와 펜을 꺼내서 끄적거리거나 천정을 보고 누워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리타처럼 창밖도 심심하고 방도 심심할 정도라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리타는 너무 심심해서 배조차 고프지 않았다. 이런, 또 저런, 일들을 해봐도 심심한 리타. 심심함에 지친 리타는 자기처럼 심심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지 않을까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리타의 모험은 시작된다. 알록달록한 리타의 상상속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초대되어 그들은 각자의 심심함을 이겨내기 위해 방법을 찾아낸다.


뭄바이에서 온 여학생, 시드니에서 온 멋쟁이 할머니들, 모두모두, 너무나 심심한 나머지 이것 저것 찾아내기 시작한다. 악기를 연주하고, 땅을 파고, 은하수를 발견하고, 시간 여행을 한다. 리타는 그들을 바라 보기만 하는 걸까 아니면 리타만의 무언가를 찾아내는 걸까?



<심심해>는 '심심함'이라는 아주 익숙한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아무 할 일 없이 무료해하는 순간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시간을 상상력과 놀이로 바꿔 가는 과정이 아주 인상적이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심심한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남게 된다.


심심함은 흔히 피해야 할 상태처럼 여겨지지만, 사실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자라는 틈이 되기도 한다. <심심해>는 바로 그 점을 따뜻하게 보여 주고 있다. 아이에게는 “심심해도 괜찮다”는 위로가 되고, 어른에게는 너무 많은 자극 속에서 잊고 지낸 여백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고, 어른이 혼자 읽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읽고 나서 기분이 가벼워진다. 거창한 교훈을 앞세우기보다, 일상의 작은 순간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심심함이 끝내 놀이와 상상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단순하지만 힘이 있다. 짧은 분량 안에 공감, 유머, 상상력, 위로가 균형 있게 담겨 있어 그림책의 매력을 잘 보여 준다. 너무나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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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말의 가시 ㅣ 바일라 26
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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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돌말이란 물속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diatom)’를 뜻한다. 몸의 껍질이 규소 성분으로 이루어져 돌처럼 단단해서 ‘돌말’이라고 부른다. 강, 바다, 연못 등에 널리 살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중요한 미생물이다. 이 돌말은 동그란 빗처럼 생겼다. 서로의 가시를 맞물리며 군집을 이룬다.



책에서 돌말의 정체를 처음 알아내고, 인터넷을 뒤져 돌말의 사진을 보고 난 이후로 이 책은 표지처럼 푸른 물빛을 띄기 시작했다. 약간의 물 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래전 지나온 내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나는 영글지 않은, 아이들의 다치기 쉬운 그 마음에서 나는 비린내일지도 모른다.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은 자주 죽고싶어 한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 있는 건 '죽고 싶다'가 아니라 '이렇게 살기 싫다.'이다. 아직은 작은 세상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의 작은 실수가, 혹은 작은 상처가 더 이상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아이들의 '죽고 싶다.'는 '이렇게 살기 싫다.' 그리고 '잘 살고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은 '죽을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던' 한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세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매번 어설프게 실패하는 '세미'와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죽음. 세미는 이 아이의 죽음에 묘한 공감을 느끼며 조금 더 알고 싶어 한다. 사건의 추적이 아닌 그 아이를 이해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여린 마음이다.


책 속의 아이들은 상처 투성이다. 옆에 있다면 덥썩 안아주고 싶을만큼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책 속의 아이들은 좋은 어른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상처를 살짝 덮어줄 수 있었다. 어쩌면 상처받은 마음에 가장 필요한 건 아주 가벼운 농담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군가 내어주는 따뜻한 차 한잔일 수도.



돌말의 가시처럼 누군가와 서로의 가시를 맞물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시처럼 보이지만 서로 맞물릴 수 있다면 이 상처들도 함께 살아가는 힘이 된다. 커다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 작은 돌말의 가시를 보면서 또 살아갈 힘을 낸다.


김영주 작가는 한 아이의 자살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풀어냈다. 이야기 속에 가득한 상처와 슬픔을 가벼운 말투와 따뜻한 시선으로 포근하게 안아 풀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이고, 어른들에겐 지나간 우리들의 이야기다.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공들여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너에게 알려줄게." 책속에 나오는 어른들은 딱히 무엇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슬쩍 등을 떠밀어줄 뿐이다. 상처받은 마음에 '그깟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거나, '이겨내라.'라고 말하는 건 아주 무례하고 폭력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슬쩍 방향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는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


처음 읽을땐 '돌말'이라는 낮선 단어에 몇번이고 표지를 뒤적였다. 하지만 읽는 동안 서서히 '돌말의 가시'에 물들어 아이들을 응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의 상처는 때로 사람을 찌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붙잡아 주는 연결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걸 아주 작은 미생물인 돌말에 빗대어 풀어낸 방식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보다는 조용히 마음을 건드리는, 잔잔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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