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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말의 가시 ㅣ 바일라 26
김영주 지음 / 서유재 / 2026년 4월
평점 :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돌말이란 물속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인 ‘규조류(diatom)’를 뜻한다. 몸의 껍질이 규소 성분으로 이루어져 돌처럼 단단해서 ‘돌말’이라고 부른다. 강, 바다, 연못 등에 널리 살며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드는 중요한 미생물이다. 이 돌말은 동그란 빗처럼 생겼다. 서로의 가시를 맞물리며 군집을 이룬다.

책에서 돌말의 정체를 처음 알아내고, 인터넷을 뒤져 돌말의 사진을 보고 난 이후로 이 책은 표지처럼 푸른 물빛을 띄기 시작했다. 약간의 물 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오래전 지나온 내 어린시절의 기억에서 나는 영글지 않은, 아이들의 다치기 쉬운 그 마음에서 나는 비린내일지도 모른다.
청소년 시기의 아이들은 자주 죽고싶어 한다. 하지만 그 마음속에 있는 건 '죽고 싶다'가 아니라 '이렇게 살기 싫다.'이다. 아직은 작은 세상이 전부인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의 작은 실수가, 혹은 작은 상처가 더 이상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불러오기도 한다. 아이들의 '죽고 싶다.'는 '이렇게 살기 싫다.' 그리고 '잘 살고싶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은 '죽을 아이처럼 보이지 않았던' 한 아이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하는 '세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매번 어설프게 실패하는 '세미'와는 달리 전혀 예상치 못했던 아이의 죽음. 세미는 이 아이의 죽음에 묘한 공감을 느끼며 조금 더 알고 싶어 한다. 사건의 추적이 아닌 그 아이를 이해하고 싶고, 공감받고 싶어하는 여린 마음이다.
책 속의 아이들은 상처 투성이다. 옆에 있다면 덥썩 안아주고 싶을만큼 상처받은 아이들이다. 다행스럽게도 책 속의 아이들은 좋은 어른을 만나고, 좋은 친구를 만나며 상처를 살짝 덮어줄 수 있었다. 어쩌면 상처받은 마음에 가장 필요한 건 아주 가벼운 농담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누군가 내어주는 따뜻한 차 한잔일 수도.

돌말의 가시처럼 누군가와 서로의 가시를 맞물리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시처럼 보이지만 서로 맞물릴 수 있다면 이 상처들도 함께 살아가는 힘이 된다. 커다란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렇게 작은 돌말의 가시를 보면서 또 살아갈 힘을 낸다.
김영주 작가는 한 아이의 자살과 방황하는 청소년들에 관한 이야기를 어둡지 않게 풀어냈다. 이야기 속에 가득한 상처와 슬픔을 가벼운 말투와 따뜻한 시선으로 포근하게 안아 풀어놓는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들에게는 그들의 이야기이고, 어른들에겐 지나간 우리들의 이야기다. 누구 하나 피해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공들여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걸 너에게 알려줄게." 책속에 나오는 어른들은 딱히 무엇을 해주지는 않는다. 그저 슬쩍 등을 떠밀어줄 뿐이다. 상처받은 마음에 '그깟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거나, '이겨내라.'라고 말하는 건 아주 무례하고 폭력적일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슬쩍 방향을 잡아주고, 등을 밀어주는 어른이 되어주고 싶다.

처음 읽을땐 '돌말'이라는 낮선 단어에 몇번이고 표지를 뒤적였다. 하지만 읽는 동안 서서히 '돌말의 가시'에 물들어 아이들을 응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의 상처는 때로 사람을 찌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로를 붙잡아 주는 연결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그걸 아주 작은 미생물인 돌말에 빗대어 풀어낸 방식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자극적이고 속도감 넘치는 이야기보다는 조용히 마음을 건드리는, 잔잔하면서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