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에 바로 쓰는 일잘러 선생님의 캔바 Canva 활용법 - 수업 설계, 학급 운영, 행사 자료 제작부터 캔바 AI, 구글 클래스룸, 패들렛, 북 크리에이터 확장 기능까지 캔바로 완성하는 슬기로운 학교생활 ㅣ 일잘러 시리즈
황은지 지음 / 제이펍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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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캔바를 유료로 사용하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니 그저 돈만 지불한 채 잘 사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실사용 예시가 많은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처음 책을 훑어본 인상은 진짜 선생님들이 수업시간중에 혹은 학교 행사, 수업준비 등에 꼭 필요해 보이는 템플릿들이 많아서 놀랐다. 나도 이 책으로 연습해보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이 책의 시작은 처음 캔바를 시작하는 방법 그리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사용하면서 자료나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에 대해 나온다. 교육용 캔바 사용은 무료이기도 해서 선생님도 학생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학급 멤버 누구나 누락되지 않고 같은 정보와 자료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것 같다.




캔바로 교실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것보다 훨씬 많다. 그저 시각적인 자료로 ppt를 작성하거나 교실에서 사용할 포스터 만들기. 혹은 학교 행사용으로 사용할 안내장이나 브로슈어, 홈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을 넘어 ai를 통해 퀴즈와 설문조사나 자리바꾸는 앱까지 제작할 수 있다. 단순한 활용을 넘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자료들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자유로운 화이트보드 토론 수업을 설계하는 방법이었다. 누구나 자신의 의견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이 좋았다. 게다가 ai의 활용법 중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하는, 영어로 자동 번역하는 프로그램도 놀라웠다. 캔바라는 프로그램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캔바는 교육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무료로 모든 옵션이 사용 가능하다. 집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캔바를 통해 생일 파티 초대장 만들기나 방학동안 계획표 세우기 등으로 아이들과 여러가지 프로젝트도 함께 할 수 있고, 동영상 편집이나 여러 시각자료 제작을 통해 창의력도 키워줄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성인들에게 전혀 어려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나처럼 선생님이나 학부모가 아니라도, 캔바라는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따라해보면 너무나 쉽게 캔바를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템플릿'의 존재, '요소'의 활용, 그리고 '앱'을 통해 응용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용법은 역시 따라해보면서 익히는 게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이 책은 아주 쉽게, 단계를 하나하나 잘 이끌어준다.



요즘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들의, 입에 담기도 싫은 '민원'으로 교권은 무너지고, 교육현장이 엉망이 되어간다는 슬픈 이야기를 접했다. 나는 <일잘러 선생님의 캔바 활용법>를 읽어보며 선생님들이 수업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일들을 해내고 있는지 에 대해 정말 놀랐다. 이 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을 것이다. 상식적인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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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의 교양 : 야망은 큰데 왜 맨손인가 ㅣ 세계척학전집 5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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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싸움의 교양>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조금 자극적인 자기계발서를 예상했다. 누군가를 꺾는 기술이나 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이 말하는 ‘싸움’은 감정적인 충돌보다 훨씬 넓은 의미에 가까웠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매일 누군가와 싸우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인간관계에서, 협상과 선택의 순간에서. 다만 그걸 싸움이라고 부르지 않을 뿐이다.



이클립스는 <손자병법>이나 마키아벨리의 사고방식, 그리고 게임이론 같은 전략 개념들을 지금 시대의 언어로 풀어낸다. 어렵고 무거운 철학서라기보다 현실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판 읽기’에 가까운 느낌이다. 세상은 생각보다 공정하지 않고, 성실함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순간도 많다는 전제를 이 책은 꽤 냉정하게 인정한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이기는 법보다, 손해 보지 않는 법에 더 가까워 보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피루스의 승리’를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결국 이겼지만 남는 것이 없는 승부. 관계를 잃고,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끝내 스스로도 지쳐버리는 싸움. 책은 그런 무의미한 승부를 경계하면서, 애초에 어떤 싸움에 들어가야 하고 어떤 싸움은 피해야 하는지를 계속 묻는다. 단순히 강해지는 법이 아니라, 목적과 비용을 계산하는 시선을 이야기하는 셈이다.



또 흥미로웠던 건 반복 게임과 평판에 대한 이야기였다. 사람은 한 번의 승부로 끝나는 존재가 아니라 결국 계속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당장의 이득만 좇다가 신뢰를 잃으면 결국 더 큰 손해로 돌아온다는 점을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단순한 전략서라기보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관찰 기록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물론 전략 관련 책을 많이 읽어본 사람이라면 익숙한 개념들이 반복된다고 느낄 수도 있다. 깊게 파고드는 철학서라기보다는 빠르게 읽히는 교양 전략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부담 없이 읽힌다. 복잡한 이론을 늘어놓기보다 현실적인 사례와 구조를 중심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를 위로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현실을 분석하게 만든다. 감정보다 구조를 보게 하고, 공감보다 판단을 요구한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기보다, 조금 더 냉정해지는 책에 가깝다. 하지만 이게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꽤나 합리적이라는 느낌이다.



<싸움의 교양>은 단순히 싸움에서 이기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결국 사회 생활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판단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처세술에 더 가까운 책이었다. 감정만으로 부딪치기보다 상황의 구조를 읽고, 때로는 물러서는 선택까지 계산할 줄 아는 시선을 강조한다. 그래서 이기는 법'이라기 보다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처세술'을 명쾌하게 정리해 놓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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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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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처음 <질투하는 남자>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차가운 공기였다. 사람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구석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북유럽 누아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라는 걸 몇 장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늘하고, 건조하고, 잔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은 '요네스뵈'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하지만 ‘단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 하나하나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짧게 끝나기엔 아까울 만큼 인물들의 감정과 범죄의 구조가 치밀하게 짜여 있다. 어떤 이야기는 장편으로 확장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각각의 단편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책의 중심에는 제목 그대로 ‘질투’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질투를 단순한 연인 사이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 소유욕, 열등감, 집착, 복수심 같은 감정들이 뒤엉키면서 인간관계 안에서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다 보면 결국 가장 끔찍한 범죄는 낯선 타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범죄자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작가는 누가 잘못했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를 아주 교묘하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고 싶어지고, 납득하게 되고, 심지어는 공범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든다. 그 과정이 굉장히 불편한데, 또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아마 '요네스뵈' 특유의 세련된 문체와 안정감 있는 문장 덕분일 것이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데도 긴장감은 끝까지 유지된다.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이 모두 다르다는 점도 좋았다. 서로 다른 나라, 다른 환경 속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매 이야기가 전혀 다른 색깔로 읽힌다. 그런데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반복적이라는 느낌 없이 계속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가 열린 결말 대신 명확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묘한 해방감까지 남는다. 단편 특유의 허무함보다, 끝까지 밀어붙인 뒤 확실히 마침표를 찍는 방식에 가까웠다.



물론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불편하고, 인간의 추한 감정을 아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는 요즘의 나는 바로 그런 책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깊게 빠져 읽었다.


그리고 반가웠던 건, 이 책이 나에게 '요네스뵈'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작가를 내 기억속에 저장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질투하는 남자>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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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만나는 동유럽 신화 - 뱀파이어부터 늑대인간까지, 서양 신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다 ㅣ 드디어 시리즈 11
노아 차니.스베틀라나 슬랍샤크 지음, 송민경 옮김 / 현대지성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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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


신화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영 먼 나라였던 동유럽의 신화는 더 매력적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여러 영화, 만화, 소설 등의 창작물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동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600년대에 세상에 등장하고, 1734년 처음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장한 '뱀파이어'라는 단어는 동유럽 국가의 여러 단어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마녀를 의미하는 북부 터키어인 ubyr, 날지 않는 자라는 뜻의 슬라브어 뱀피르 vampir, 물뱀을 뜻하는 vidra, 그리고 세르비아어로 늑대인간을 뜻하는 부코들라크 vukodlak 들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뱀파이어'는 다른 이름으로 그 오래전부터 동유럽 전역에서 구전되어 내려왔고, 그 이야기들이 가득 담긴 책을 읽는 동안 동유럽 특유의 차가움, 딱딱함, 투박함에 담긴 사람 냄새가 베어나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선한 자들과 뱀파이어와 마녀들. 그들은 모두 다른 이름을 가졌고, 이야기는 언제나 선한자들의 승리로 끝난다.


책은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를 이야기하고 그 뒤에 이야기의 시대적, 학술적 설명을 뒷받침 해준다. 이야기가 짧지 않고 익숙하지 않아 새롭다. 역시 내가 잘 모르는 지역의 새로운 이야기를 듣는 건 아주 재미난 일이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각종 마녀 외에도 어딘가 귀에 익은 이름인 '바바 야가'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들 속에 푹 빠져 읽었다.



중간중간 삽화가 이야기를 동유럽 스럽게 보이는 데 큰 몫을 한다. 판화 제형의 삽화는 거칠고 단순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잘 표현해서 내 상상속의 투박한 시대의 느낌을 그데로 보여준다. 투박하고 단순해서 더 재미있고, 더 무섭다. 나는 이 책에 삽입된 삽화가 이 책의 느낌을 결정하는 데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이라니,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읽고나면 맨 뒷편에 알폰스 무하의 작품들 20여점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그림 중에서는 처음보는 스타일의 동유럽 각국의 역사와 신화에 대한 그림들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알폰스 무하의 그림 속 아름다운 여인들도 아마도 동유럽 신화에서 영감을 얻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의하면, '샤머니즘'이라는 단어 원래의 뜻을 정의하자면 '인간세계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세계를 잇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있다. 시베리아에 살던 '퉁구수 족'에서 기원했다는 이 단어를 현재의 우리가 사용하고 있다. 멀다고 생각하지만, 무언가 조금쯤은 우리와 같은 이야기를 가진 동유럽. 그들의 뿌리일지도 모르는 신화를 가볍게나마 접해보게 되서 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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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시절
양솽쯔 지음, 문현선 옮김 / 마티스블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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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을 끝내며 읽게된 작가의 이름에 대해 먼저 소개하고 싶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부커스 상을 수상한 양솽쯔. 그런데 알고 보니 ‘양솽쯔’는 작가 혼자만의 이름이 아니었다. 쌍둥이 동생과 함께 사용하던 필명이었고, 안타깝게도 동생은 책이 완성되기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이 이름이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한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함께 꿈꾸었던 시간과 기억까지 담겨 있는 이름 같았다.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대학생 ‘양신이’가 어느 날 갑자기 일제강점기 시절 대만의 다섯 살 소녀 ‘쉐쯔’로 타임슬립 하며 시작된다. 흥미로운 건 단순히 과거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기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간다는 점이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낯선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이 꽤 신선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경계하지만, 조금씩 조심스럽게 그 시대와 사람들에게 스며들어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사랑스럽다.



쉐쯔가 살아가는 ‘지여당’은 마을의 지주 집안이다. 큰 집 안에는 가족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와 감정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누군가는 가문의 기대를 짊어지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대저택 같지만 그 안에는 답답함과 체념, 그리고 작은 희망들이 조용히 숨어 있다.



‘일제강점기 대만’이라는 배경 때문에 조금 더 무겁고 역사 중심적인 이야기를 예상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독립운동이나 거대한 정치 이야기보다는 당시 사람들의 일상과 감정에 더 집중한다. 특히 여성들이 어떤 방식으로 억압받고 살아갔는지, 또 가문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의 삶이 얼마나 쉽게 희생되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거창한 역사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숨결 같은 이야기랄까.


그리고 그 속에서도 사랑은 조용히 자라난다. 쉐쯔와 샤오짜오 사이에는 단순한 우정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이 흐르고, 셴원은 쉐쯔와의 미래를 꿈꾼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시대와 규범 안에서 얼마나 조심스럽고 애틋한지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다. 이 작품은 퀴어 감수성을 튀지 않게,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규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책 맨 뒤에 실린 ‘지여당’ 지도였다. 읽는 동안 내가 상상했던 공간들이 그림으로 펼쳐지는데 괜히 반갑고 정겨웠다. 예전에 중국 여행에서 보았던 오래된 주택들의 풍경이 겹쳐 떠오르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어느 방에서 웃고 울었는지 떠올리며 다시 지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었다. '지여당'의 소개가 나올 때 이 지도를 펼치고 본다면 훨씬 재미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꽃 피는 시절>는 화려하게 감정을 흔드는 소설은 아니다. 대신 오래된 나무 가구처럼 천천히 온기를 남기는 이야기다. 다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마치 아주 먼 시절 누군가의 삶을 잠깐 빌려 살다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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