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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하는 남자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처음 <질투하는 남자>를 펼쳤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차가운 공기였다. 사람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구석을 오래 들여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들이 책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북유럽 누아르라는 말이 괜히 붙는 게 아니라는 걸 몇 장 읽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늘하고, 건조하고, 잔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차가움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 책은 '요네스뵈'의 첫 단편소설집이다. 하지만 ‘단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야기 하나하나의 밀도가 굉장히 높다. 짧게 끝나기엔 아까울 만큼 인물들의 감정과 범죄의 구조가 치밀하게 짜여 있다. 어떤 이야기는 장편으로 확장해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만큼 각각의 단편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책의 중심에는 제목 그대로 ‘질투’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질투를 단순한 연인 사이의 감정으로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랑, 소유욕, 열등감, 집착, 복수심 같은 감정들이 뒤엉키면서 인간관계 안에서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읽다 보면 결국 가장 끔찍한 범죄는 낯선 타인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서 시작된다는 사실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범죄자의 심리를 다루는 방식이었다. 작가는 누가 잘못했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단순하게 구분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를 아주 교묘하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해하고 싶어지고, 납득하게 되고, 심지어는 공범이 된 듯한 기분까지 든다. 그 과정이 굉장히 불편한데, 또 그래서 더 몰입하게 된다. 아마 '요네스뵈' 특유의 세련된 문체와 안정감 있는 문장 덕분일 것이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데도 긴장감은 끝까지 유지된다.
각 단편마다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이 모두 다르다는 점도 좋았다. 서로 다른 나라, 다른 환경 속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매 이야기가 전혀 다른 색깔로 읽힌다. 그런데도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반복적이라는 느낌 없이 계속 빠져들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야기가 열린 결말 대신 명확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읽고 나면 묘한 해방감까지 남는다. 단편 특유의 허무함보다, 끝까지 밀어붙인 뒤 확실히 마침표를 찍는 방식에 가까웠다.

물론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폭력적이고, 불편하고, 인간의 추한 감정을 아주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무거워지는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이 쌓여있는 요즘의 나는 바로 그런 책을 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간의 감정을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 덕분에 오랜만에 정말 깊게 빠져 읽었다.
그리고 반가웠던 건, 이 책이 나에게 '요네스뵈'라는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해준 작품이라는 점이다. 새로운 작가를 내 기억속에 저장하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질투하는 남자>는 바로 그런 책이었다.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소설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