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구의 꿈
오로라 지음 / 문학세계사 / 202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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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을 처음 본 늑대 이야기 <늑구의 꿈>

이 책은 나에게는 너무 슬펐다. 울 틈도 없이 먹먹하게 끝나버린 슬픔, 미안함, 안쓰러움, 그리고 작가에 대한 경의. 울타리에 갇힌 늑대의 마음을, 정말 꼭 이럴 것만 같게, 잘도 읽어냈다. 그래서 나는 읽는 내내 너무 마음이 아팠다.



생각지도 못하게 책의 초반에 늑구가 사는 작은 세상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매일 같은 길을 걸었다. 오른쪽 구석에서 물통까지 열세 걸음. 물통에서 밥그릇까지 아홉 걸음. 밥그릇에서 잠자리까지 열한 걸음."


좁은 곳에 갇힌 야생 동물들을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구체적인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러고 보면, 내가 본 그 커다란 육식 야생 동물들은 몇 걸음 걷지 못하고 획! 하고 방향을 바꾸곤 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단조로운 그들의 생활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매일 아침 사육사 아저씨가 왔다. 고무장화 소리가 먼저 오고, 사료 양동이 소리가 다음에 오고, 그러면 하루가 시작됐다. 먹고, 걷고, 놀고, 또 먹고, 또 걷고, 또 놀고, 그러면 하루가 끝났다."



우리가 아는 애완견 보더콜리는 최소 하루에 2시간을 뛰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못하고 애완동물로 집에 갇히면 미친다고 들었다. 늑대는 어떨까? 바람을 맞고, 사냥을 하며 무리를 지어 야생을 살아야 하는 늑대가 저 단조로운 생활을 제정신으로 이겨내고 있는 걸까?


"나뭇잎 사이로 바람이 불면, 울타리를 넘어 그 바람이 나에게까지 왔다. 그 바람에는 냄새가 있었다. 사육장의 냄새와는 전혀 다른, 축축하고 깊고 살아 있는 냄새.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내 안에서 무어가가 살랑 움직였다. 꼬리가 슬쩍 흔들렸다. 코가 더 깊이 들이마시려고 벌름거렸다."




이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있다. 넓은 세상을 마음껏 떠돌 수 있는 나도 그 바람의 냄새를 맡으면 내 안의 무언가가 살랑거린다. 후각이 인간보다 훨씬 예민하고, 훨씬 자유롭게 살도록 태어난 이 동물들은 이 냄새와 자유롭고자 하는 본능으로부터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한 생명이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처음으로 세상을 온몸으로 만나 본 기억이 무엇을 남기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동물원에 갈 때만 잠깐씩 해보던 그 들의 삶에 대한 생각들이 있었다. 하지만 곧 잊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늑구는 구조를 당한 것일까 포획을 당한 것일까?

늑구는 우리에게 위험한 야생 동물일까 아니면 우리는 늑구에게 위험한 괴물일까?

저 늑구가 무사히 다시 탈출한다 해도, 어느 곳, 안전하게 살아갈 곳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었다. 인간이라는 자괴감마저 들 정도로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 책이기도 했다. 뉴스에서 보이던 사람들이 왜 늑구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내고, 늑구를 보려고 몰려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 그 사람들은 나보다 훨씬 많은 걸 보고 생각했던 것 같다. 미안하다고, 아마도 그렇게 말하려고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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