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책
안나 마촐라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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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티저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안나는 경찰과 법정이 자신을 돕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이 하는 짓은 대부분 법적으로 정당하며, 정당하지 않은 일들? 그런 것들은 안나가 입에도 담을 수 없다. 주님 앞에서조차. 로마에서는 어떤 경우 남편은 아내를 죽여도 된다. 순간적인 격정에서 비롯된 행위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여자의 생명에는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본문 중에서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런 시절이. 페스트가 존재하고, 마녀사냥이 당연했던 그런 시절이 유럽에는 존재했었다. 그 시절의 이야기이다. 그런 시절에도 무력과 사회적 제약에 대항할 수 없었던 미약하고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지던 여성들이, 그럼에도 살겠다는 본능으로 무언가를 하는 이야기. 그리고 사회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꿈틀거림을 기어이 찾아내려던 자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찾아낸 진실이 정의일지, 단죄일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책의 구성이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두 개의 시선으로 교차한다. 흔적이 남지 않는 독약으로 학대로부터 여자를 구원하는 '지롤라마'와 이를 찾아내야 하는 '스테파노'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83페이지의 티저북을 읽고 난 지금, '스테파노의 행적이 어떻게 될지 기대된다. 짧은 티저북이 아쉽다.




2025년 CWA 골드대거상 수상작으로, 글을 읽다 보면 그녀의 문장력에 빠져들게 된다. 수백 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억압과 공포의 감각이 너무나 또렷하게 전해져서 어느 순간 '먼 나라의 고전'이 아니라 지금 내 이야기처럼 읽힌다. 금방 내 이야기처럼 공감하게 된다.

“17세기 로마를 뒤흔든 독살 스캔들”이라는 타이틀처럼, 이 이야기는 허구가 아니라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무색무취의 액체 '아쿠아 토파나'가 실제로 17세기 이탈리아에 존재하던 악명 높은 독약이며, 이 독약의 첫 사용 사례가 남편의 학대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용한 사건이 기록으로 남아있다.




이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는 후에 완성본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진실을 찾아나가는 '스테파노'와 '지롤라마'의 미스터리 수사물이면서, 시대의 아픔과 부끄러운 역사가 있는 이야기이다. 허구가 아니라는 무게가, 이 소설을 단순한 범죄 스릴러와 구분 짓게 한다.




어두운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앤티크 소설, 그리고 미스터리. 매력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책이다. 정식 출간을 기다리게 하는 표지조차 예뻤던 멋진 티저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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