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괴담 모음집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펼쳤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기분이 슬금슬금 나빠진다. 갑자기 비명을 지를 만큼 무서운 게 아니라, 스며드는 느낌이다. 창문 밖이 갑자기 어두워진 것처럼,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달라진 것처럼. 어느 페이지부터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는데, 어느새 주위를 한 번 둘러보게 됐다.
사실 모큐멘터리 형식이 이렇게 효과적일 줄은 몰랐다. 작가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실제 취재를 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전개되니까 어디까지가 꾸며낸 이야기인지 경계가 자꾸 흐려진다. 보통 소설을 읽을 때는 '이건 fiction이니까'라는 안전망이 있는데, 이 책은 그 안전망을 교묘하게 걷어내버린다. 결국 독자는 계속 의심하면서 읽게 된다. 이게 진짜야, 아니야? 그 불편한 의심이 공포보다 더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