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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 버릇
신모래 지음 / 든해 / 2026년 3월
평점 :
미출간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의 버릇>은 일러스트 작가 신모래가 '우'와, 함께 키우던 고양이 '거북이'를 떠올리며 쓴 에세이다. 책은 거북이가 다른 세계로 떠난 이야기, 우가 유령처럼 곁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빠르지 않고 잔잔하게 이어지는 편이다.


책을 몇장 읽고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나한테 보여줘도 되는 건가'였다. 작가가 우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으로 글이 쓰여 있어서, 읽는 내내 남의 일기를 몰래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두 사람이 나눴던 대화나 사소한 일상의 기억들이 짧은 문장으로 적혀 있는데, 그 담백함이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다. 거창하게 슬픔을 표현하지 않아서 더 슬프게 읽혔다고 해야 할까.


문장이 전반적으로 짧고 간결하다. 복잡하게 풀어내거나 감정을 길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속도가 빠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꾸 멈추게 된다. 짧은 문장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기 때문이다. 책 전체 분량 자체가 많지 않아서 금방 읽히기도 하지만, 다 읽고 나서도 쉽게 덮히지 않는 책이다.

중간중간에 '우'가 직접 그린 삽화들이 들어가 있다. 단순하고 간단한 그림들인데, 그게 오히려 글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신모래 작가 특유의 분홍빛과 보라빛 색감의 일러스트도 책 전체에서도 느껴지는데, 무겁거나 어둡지 않고 몽글몽글한 느낌을 준다.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동안 답답하거나 우울하지 않았던 건 이런 분위기 덕분인 것 같다. 글과 그림이 따로 노는 느낌 없이 하나의 흐름처럼 읽혀서, 일러스트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게 이 지점에서 특히 잘 느껴졌다.

책을 읽다 보면 '우'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씩 그려진다. 작가가 기억하는 '우'의 말투, 버릇, 함께했던 장면들이 짧게짧게 등장하는데, 설명이 많지 않아도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직접 만난 적 없는 사람인데도 책을 다 읽고 나면 왠지 아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신기했다. 그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다.
이 책은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를 기대하거나 뚜렷한 서사를 원하는 독자라면 조금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잃어버린 것들, 혹은 멀리 떠나버린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어딘가에서 마음이 걸릴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다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데도 자꾸 자신의 이야기처럼 읽히는 건 그 때문인 것 같다.


거창하지 않고 조용한 책이다. 위로를 직접적으로 건네지도 않고, 슬픔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냥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을 가만히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도 읽고 나면 한동안 마음 한쪽이 찡한 채로 남는다. 가볍게 들었다가 생각보다 오래 손에 쥐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