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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퇴치 요리점 미미 식당 1 - 밤마다 깨어나는 두개의 그림자
정연철 지음, 모차 그림 / 풀빛 / 2026년 3월
평점 :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밤은 어떤 아이에게는 그저 쉬는 시간이 아니다. 낮 동안 꾹꾹 눌러 담아둔 감정들이 어둠 속에서 악몽의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악몽 퇴치 요리점 미미 식당》은 바로 그 밤의 공포와 불안 속에 놓인 아이의 마음을 정면으로 들여다보는 판타지 동화다.

주인공 '상이'는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마음속 안전감을 잃어가는 아이다. 자신감은 바닥나고, 악몽은 밤마다 찾아오며, 상이의 일상은 조금씩 불행에 잠식된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이 바로 신비한 요리점 미미 식당이다. 벽시계에서 튀어나와 말린 우엉을 씹으며 시니컬한 말을 내뱉는 올빼미 '빼미'와, 악몽에 딱 맞는 요리로 그것을 처치하는 '째미'가 상이의 아픔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음식을 건네며 함께 악몽에 맞선다.

이 책이 단순한 판타지 모험담과 다른 이유는, 악몽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악몽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를 묻기 때문이다. 상이가 친구 호열이의 아빠를 부러워하면서도 "괜히 죄책감 같은 게 생겨 슬펐다"고 느끼는 장면은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부러움과 죄책감이 뒤엉킨 그 복잡한 감정은 어른도 쉽게 해명하지 못하는 것인데, 작가는 이를 어린 상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고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그 문장 앞에서 독자는 상이와 함께 슬퍼지고, 그 슬픔이야말로 이 책이 건네는 진짜 위로의 시작임을 느끼게 된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페이지를 가득 채운 삽화는 몰입감을 더한다. 째미와 빼미의 엉뚱한 조합은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게 이끌어가는 완충재 역할을 하며, 덕분에 이야기는 무섭지 않으면서도 위로가 된다. 두 캐릭터가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상이의 편에 서는 모습은, 아이 독자에게 '나를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심어준다.

생각해보면 '요리로 악몽을 퇴치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 책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요리는 누군가의 필요를 알아채고, 재료를 고르고, 정성을 들여 만들어 내미는 행위다. 악몽을 힘으로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에 맞는 음식을 짓는다는 설정은, 결국 치유란 싸움이 아니라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아이 독자들은 미미 식당의 메뉴를 따라가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책은 아이의 감정을 '고쳐야 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상이의 불안과 외로움은 해결되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충분히 들어주어야 할 목소리로 다루어진다. 그 태도가 이 동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악몽을 퇴치하는 신비한 요리점에서 차려지는 것은 결국 '네 아픔을 알고 있다'는 한 그릇의 공감이다. 밤이 무서운 아이에게도, 그 아이 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어른에게도, 이 책은 조용하고 따뜻한 한 끼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