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돕습니다
공오 지음 / 길벗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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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마음 속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돕습니다>를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생각은, 내가 그동안 캐릭터를 ‘그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냥 ‘비슷한 얼굴을 반복해서 그려왔구나’라는 깨달음이었다. 눈의 크기를 조금 바꾸고 머리 모양을 바꾸고 색을 다르게 칠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라고 믿었지만, 결국 그 안에는 아무 이야기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면 금방 흥미가 식었고, 내가 만든 캐릭터인데도 애착이 오래 가지 않았다.



이 책은 예쁘게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드로잉 책이라기보다는, 왜 내 캐릭터가 늘 비슷하고 심심해 보이는지 그 이유를 차분하게 짚어주는 책에 가깝다. 캐릭터를 만들 때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하나씩 보여 주면서, 외형만 바꾸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읽다 보면 그동안 내가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이 얼마나 표면적인 데 머물러 있었는지도 돌아보게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마음 속 캐릭터’라는 개념이었다. 우리는 흔히 캐릭터를 상품이나 콘텐츠 속 등장인물 정도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허구의 캐릭터가 우리 삶에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통해 만난 캐릭터가 우리의 생각과 감정에 오래 남듯이, 내가 만든 캐릭터 역시 나를 닮고 또 나를 비추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캐릭터를 만든다는 일이 단순한 그림 작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과도 닿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점은 캐릭터를 ‘귀엽게 만드는 방법’보다 ‘왜 귀여움이 쉽게 지루해지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캐릭터를 만들 때 먼저 귀엽거나 보기 좋은 외형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어느 순간 서로 비슷해지고, 결국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책은 이런 반복적인 패턴에서 벗어나기 위해 캐릭터의 감정이나 경험, 성격 같은 요소를 먼저 떠올려 보라고 권한다. 캐릭터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웃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를 상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만의 모습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읽다 보니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이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과 꽤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람 역시 겉모습만으로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사람이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되는 순간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외형만으로 만들어진 존재보다 이야기와 감정을 가진 캐릭터가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 사실을 책은 여러 예시와 설명을 통해 차분하게 보여 준다.



읽고 나니 캐릭터를 바라보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어떤 얼굴을 그릴까’를 고민하기보다, 이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마음속에서 조금씩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존재를 외형으로 옮기는 과정이 예전보다 훨씬 흥미롭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캐릭터를 하나 완성하면 거기서 끝이었는데, 이제는 그 캐릭터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지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그림을 잘 그리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캐릭터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보여주기 위한 귀여움에 머무르지 않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 꽤 좋은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읽고 나면 아마 머릿속 어딘가에서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캐릭터 하나가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캐릭터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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