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화염 상호의존성단 시리즈 2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 구픽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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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존 스칼지의 '타오르는 화염'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곧 끝날 것을 안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까?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 발버둥 치며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과감히 나아갈 것인가.


'상호의존성단'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이 소설은 바로 그 질문 앞에 선 인류의 모습을 그린다. 플로우라는 신비로운 시공간 통로로 연결된 행성들의 제국. 1권에서 충격적으로 밝혀진 진실은 이 플로우가 붕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나둘씩 끊어지는 노선들, 고립되어가는 행성들. 대부분의 행성은 자급자족이 불가능하기에 이는 곧 문명의 붕괴, 나아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새롭게 즉위한 여황제 그레이랜드 2세, 통칭 카르데니아는 놀라운 결단을 내린다. 제국을 유지하려는 대신, 가능한 한 많은 인류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언뜻 당연해 보이는 이 선택이 얼마나 혁명적인지는 곧 드러난다. 기존 귀족 계층에게 제국의 붕괴는 권력의 상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권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류의 생존이라는 명백한 대의명분 앞에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 스칼지는 이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는 대신, 치밀한 정치 드라마로 풀어낸다. 음모와 쿠데타, 뒤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복잡한 정치판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누가 누구 편인지, 어떤 음모가 어떤 음모와 연결되는지 가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을 넘기는 손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카르데니아라는 캐릭터의 매력 때문이었다. 그녀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완벽하지도 않고, 때로는 실수도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분명한 방향성이 있다. 시스템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겠다는, 그 단순하지만 강력한 신념. 그 신념이 기존 질서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이 소설의 진짜 엔진이다.


삼부작의 중간권이 흔히 그렇듯, '타오르는 화염'은 시작도 끝도 아닌 중간의 숙명을 안고 있다. 1권처럼 새로운 세계를 소개하는 신선함도 없고, 3권에서 기대되는 통쾌한 결말과 반전도 아직은 보류되어 있다. 어쩌면 이 책은 긴 호흡의 한가운데, 숨을 고르는 구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조금 느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액션보다는 대화가, 모험보다는 회의실 장면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느슨함'이 단점만은 아니다. 오히려 캐릭터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복잡한 정치 구도를 이해할 시간을 준다. 위기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성의 다양한 스펙트럼 – 용기와 비겁함, 이타심과 이기심, 혁신과 보수 – 을 섬세하게 관찰할 여유를 준다.

결국 '타오르는 화염'은 SF의 외피를 입은 정치극이자, 리더십에 대한 질문이다. 진정한 리더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시스템인가, 사람인가? 현실에서도 우리는 비슷한 질문 앞에 서 있지 않은가. 기후변화, 양극화, 시스템의 위기. 카르데니아의 선택이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이유다.


3권에서 모든 것이 어떻게 정리될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영웅들의 승리가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스칼지는 또 다른 반전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때까지 이 긴 여정의 중간 지점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볼 수 있다. 만약 내가 카르데니아의 자리에 있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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