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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중동 편 - 6,000년 중동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누군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는 늘 귀를 잡아끈다. 그래서 역사책을 찾게 되고, 한 권이 끝나면 또 다른 시점을 담은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번에 읽은 <저스티스의 한뼘 더 깊은 세계사 : 중동편>은 마침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를 덮은 직후라 더 반가웠다. 흐릿하게만 알고 있던 ‘중동’이라는 단어를 실제 지도로 펼쳐놓고 그 지역의 숨은 맥락을 더듬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전까지 막연히 그려져 있던 풍경에 드디어 선명한 색을 입히는 느낌이었다.

늘 뉴스 속에서 전쟁이 멈추지 않는 지역으로만 보이던 중동. 유독 평화로운 대한민국 국민인 우리는 “저들은 왜 계속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걸까?”라는 질문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단순한 의문을 수천 년의 시간 속에서 풀어내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은 배경을 펼쳐 보였다. 갈등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이어진 약속과 믿음, 땅과 신념이 끊임없이 충돌해 온 결과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중동이라는 공간 자체가 단일한 하나의 지역이 아니라는 사실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한 장의 지도에 올라가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사를 들고 서로의 경계에서 끝없이 스치고 부딪히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작가는 구약 성서의 흐름까지 정리해 두었는데, 종교와 역사가 어떻게 같은 뿌리에서 나와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슬람이 기독교에서 어떻게 파생되었는지, 그 과정에 담긴 욕망과 이유가 무엇인지도 결코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다. 그동안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종교 간의 갈등이 실제 역사적 맥락 위에서 이해되니, 마치 조각난 퍼즐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현재 중동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이스라엘과 유대인의 서사는 오래 남았다. 그들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왜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배척을 당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데, 감정적으로 특정 시각을 취하기보다 하나의 흐름으로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방황과 선택이 어떻게 오늘의 분쟁 구조로 이어졌는지 바라보는 과정에서, 불편한 진실과 오래된 상처가 동시에 드러난다. 이해라는 것은 누군가를 옹호하는 행위가 아니라, 맥락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라는 사실을 되짚게 된다.
사실 한 나라의 역사만 다루어도 숨이 찰 만큼 방대한데, 이 책은 수많은 나라와 민족이 얽힌 중동의 역사를 단순화하지 않으면서도 군더더기를 과감하게 덜어냈다. 지금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사건들만 남겨 두어 읽는 동안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덕분에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서술은 친절하지만 과하지 않고, 속도감은 빠르지만 가벼워지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니 중동 뉴스에서 보던 장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실히 달라졌다. 단순한 ‘갈등의 땅’으로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포개지고 누적된 감정과 믿음, 약속의 잔해들이 복잡하게 얽힌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얽힌 실타래를 무리하게 끊지 않고, 천천히 풀어 읽기 좋게 정리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덕분에 막연하고 추상적이던 중동이, 비로소 구체적인 얼굴과 목소리를 가진 공간으로 다가왔다. 이런 경험을 주는 역사책을 만났다는 것이 오랜만에 참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