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 - 문명의 탄생부터 국제 정세까지 거침없이 내달린다
김도형(별별역사) 지음, 김봉중 감수 / 빅피시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한번 시작하면 잠들 수 없는 세계사>를 펼치기 전까지만 해도 제목이 다소 과장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첫 장을 넘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만 더’라는 마음으로 책을 붙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결국 끝까지 읽고 책을 덮는 순간, 제목에 담긴 작가의 자신감에 실소가 나왔다. 그만큼 끌어당기는 힘이 강한 책이었다.

작가 김도형, 그리고 그의 유튜브 채널 ‘별별역사’를 알고 있었다면 이 책의 매력이 조금 더 선명하게 와닿았을 것이다. 그는 복잡한 세계사를 현재의 시선으로 정리해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진 사람인데, 그 힘이 고스란히 책 안에 녹아 있다. 이 책은 고생대·중생대처럼 먼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 우리의 뉴스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국가들이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역사의 흐름을 다시 짚는다. 단순한 연표 나열이 아니라 '지리, 전쟁, 종교, 자원, 욕망'이라는 다섯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역사를 현재에 결박해 보여준다.

스페인이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제국이었다는 사실은 알지만, 왜 지금의 작은 나라로 남았는지에 대한 설명을 읽는 동안 내내 고개가 끄덕여졌다. 금이 넘쳐흐르던 아프리카가 왜 빈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은 왜 끊임없이 충돌하는지, 그리고 이란은 왜 그 주변을 맴돌며 긴장을 키우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단편적인 정보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던 이해의 빈틈을 채워줬다.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는 더 없이 적절해서 이해를 도왔고, 한 책터마다 이에 해당하는 주요 역사 흐름표를 잘 정리해 두어 읽은 내용을 한층 더 이해하게 되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하나하나 따라가게 되었다. 왜 700만이 넘는 팔로워를 가졌는지 이해가 되는 정리 능력과 적절한 설명이 놀라운 책이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룬 대목은 가장 흥미로웠다.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에 그토록 집착하는지, 그리고 지금 푸틴이 어떤 벼랑 끝에 서 있는지를 설명하는 흐름이 명쾌했다. 중국에게 한반도가 어떤 존재인지, 우리가 그 사이에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를 풀어낸 부분도 깊이 있게 다가왔다. 한때 세계를 집어삼킬 듯한 기세를 보였던 몽골 제국이 어떻게 쇠락했고, 그 후손들이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덤처럼 얻은 지식이지만 의외로 오래 마음에 남았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세계사=과거의 기록’이라는 공식을 거부한다는 점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국제 정세를 과거에서 끌어온 인과로 해석해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은 교과서적 세계사와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그래서 학생에게는 기본기를 다지는 책이 될 수 있고, 현대 세계를 막연하게 알고 있는 성인에게는 시야를 확장하는 책이 될 수 있다. 세계사를 잘 몰라도 부담 없이 읽히고,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책이었다. 쉽고, 재미있고, 지금 세계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이야기들로 가득해서 누구에게라도 기꺼이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