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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항해일지 - 인생의 항로를 설계하는 법
이동현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선장의 항해일지>는 처음엔 그저 한 청년의 성장기를 가볍게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어느새 책장을 덮기도 전에 끝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과장된 문장도, 억지 감동도 없다. 원하던 대학 입시에서 실패부터 길을 잃고 절에 들어갔다가 다시 세상으로 나와 배를 타게 되기까지의 흐름이 담담하게 이어질 뿐인데, 그 담담함이 오히려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삼등항해사에서 이등항해사, 일등항해사를 거쳐 결국 선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화려하지 않지만 매 순간이 단단했다.

그는 스스로 운이 좋아 일찍 선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운’이라는 말이 얼마나 겸손한 표현인지 알게 된다. 남들이 보통 4년에 걸쳐 받는 교육을 1년 안에 빠르게 끝내버린 사람이었다. 그 치열한 노력 위에 기회가 찾아온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만들어진 운이라는 건 이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그의 유튜브를 찾아 구독하게 되었다. 부산 출신으로 어릴 적 남몰래 마도로스를 꿈꿨던 남편이 더 흥미롭게 보고 있다. 만약 유튜브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다면 느낌이 조금 달랐을까? 지금은 오히려 책을 먼저 읽고 난 후의 시선이 더 재미있다. 책에서만 간단히 언급되었던 배 위의 하루, 항해사의 업무, 갑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영상으로 이어져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연결되기 때문이다. 마치 책 속에서 스케치된 장면들이 유튜브로 완성되어 화면에 그의 생각들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책 소개에는 “나는 30대에 3억을 버는 선장이 되었다”라는 자극적인 문장이 적혀 있다. 처음엔 그 문구 때문에 다소 뻔한 성공담을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책 안에는 돈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어떻게 꿈을 이루었는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해외 선원으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실질적인 정보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스스로 정말 선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현실적이고 정확한 ‘가이드북’이 있을까 싶다.

가볍게 펼쳤던 책인데, 뱃사람의 낭만과 외로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책임감과 성실함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하게 되었다. 바다 위에서의 고독, 항해사의 리듬, 계급마다 다른 업무의 무게, 그 안에서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낯설면서도 묘하게 따뜻했다. 나처럼 배와는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조차 새로운 시각을 심어줄 만큼 생생한 기록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다음 번 크루즈에 탑승하게 된다면, 아마 크루들의 하루를 전보다 훨씬 다르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내가 서 있는 갑판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었는지, 바다가 얼마나 넓고 고독한 공간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선장의 항해일지>는 단순한 성장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꿈이 현실로 이어져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투명한 항해 기록이었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