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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뿌미맘 가계부 - 2025.12~2026.12
상큼한 뿌미맘 차지선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올해는 마음을 조금 단단히 먹고 가계부를 적어보기로 했다. 계기는 단순하다. 별생각 없이 알리와 테무에서 이것저것 주문해놓고, 막상 도착하면 쓰레기통으로 바로 향하는 물건들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소액이라고 쉽게 흘려보내던 지출들이 쌓이고, 지구에 쓰레기를 만들어 내며 내 삶을 좀먹고 있다는 게 갑자기 확 다가왔다. 그래서 이제는 손으로 적어가며 내가 얼마나, 어디에, 왜 쓰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지출의 흔적을 통해 돈의 가치를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가계부의 핵심은 결국 ‘습관’이라고 믿는다. 잊지 않고 기록하는 꾸준함이 있어야 한 달, 또 일 년의 흐름을 넓은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지켜야 할지 판단할 수 있고, 그게 결국 ‘자산 관리’라는 첫 번째 문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음 쓰는 가계부일수록 형식이 과하게 복잡하지 않았으면 했다. 필요 없는 영역까지 억지로 채워 넣는 구성은 오히려 기록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2026 뿌미맘 가계부>는 첫 가계부로 딱 알맞은 균형감을 갖고 있다. 유명하다고 해서 온갖 잡다한 항목을 욱여넣은 가계부가 아니라, 심플한데 꼭 필요한 틀은 정확히 짚어준다. 나는 아직 어떤 기준으로 분류해야 할지 감도 잘 잡히지 않는 초보인데, 뿌미맘이 제시한 카테고리들은 생각보다 현실적이고 세세해서 약간 당황하기도 했다. 알고 싶지 않은 걸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다.

가령 보통 ‘식비’로 통틀어 적어버리는 지출을 ‘집밥’과 ‘외식’으로 나눠 놓았다는 점. 이 단순한 분류만으로도 내 식습관과 소비 패턴이 더 선명하게 드러날 것 같다. 직접 분류해서 적어보면, 내가 얼마나 자주 외식을 하는지, 집밥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서 줄일 수 있을지를 자연스럽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건강한 집밥을 먹는 데 조금 더 신경 쓸 수 있을 것 같다 약간의 실망과 기대가 공존하는 중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뒷부분에 수록된 매월 결산 노트다. 한 달 동안 꾸준히 적은 내역을 마지막에 한 번에 정리해서 기록할 수 있게 제작해 놓았는데, 두 페이지에 걸쳐 그 달의 흐름을 크게 정리해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나처럼 첫 가계부에 서툰 사람에게는 이런 구조가 특히 든든하다. ‘기록은 했는데 돌아보기가 어렵다’는 흔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방식이기도 해서, 나중에 지난 소비의 패턴을 참고할 때도 훨씬 유용할 것 같다. 첫 가계부를 고르며 이런 세심한 구성까지 기대하진 않았는데, 막상 펼쳐보니 생각지도 못한 실용성이 곳곳에 배어 있었다.

이 가계부는 2025년 12월부터 시작된다. 그 말은 곧, 올 12월 한 달간 이런저런 연습과 습관을 연습하고, 내년 1월 1일부터는 당황하지 않고 새롭게 시작해도 된다는 뜻이다. 나는 생각보다 이 부분을 굉장히 좋아한다. 누구나 한 해의 첫 장을 버벅대며 망치고 싶지는 않지 않나?

돈이라는 것은 결국 습관의 총합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소비한 방식이 곧 내 삶의 모양이고, 그 지출의 흐름이 결국 내 마음의 흐름이기도 하다. <2026 뿌미맘 가계부>를 쓰는 동안,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체계적인 소비를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