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세 굴레 출판사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 잇스토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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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굴레’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짐승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머리에 씌우는 고삐’다. 단어 하나에 이렇게 묘한 감정이 깃든 경우도 드물다. 억압과 통제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삶을 유지하게 하는 최소한의 질서이기도 하니까. 인간에게도 이런 굴레가 있다. 가족, 사회, 관계, 혹은 스스로가 만들어낸 마음의 족쇄들. '잇스토리' 출판사에서 나온 소설 <세 굴레 출판사>는 바로 그 인간의 굴레를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 책의 주인공 ‘미생’은 3일마다 시력을 잃는 저주를 안고 살아간다.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경계 위에서 그는 자신을 증명하려 애쓰고, 우연히 발을 들인 ‘출판사’라는 공간에서 자신의 과거의 꿈인 작가로 데뷔할 기회를 얻는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판타지나 미스터리가 아니다. 오히려 평범한 직장인이 저주에 걸렸으나 갑자기 나타난 출판사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글을 원하는 현대판 무협지스러운 행보를 보인다. 여기에 인간의 결핍과 불안,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을 그려넣었다.


책 속의 출판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작가는 이 안의 인물들을 통해 문학과 현실, 창작과 존재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미생이 마주한 인물들, 어느날 갑자기 최고의 아군이 된 팀장과 3일에 한번씩 연차를 신청해도 받아주는 사장, 그가 20대에 치기 어리게 쓴 글을 담박에 알아본 '세굴레 출판사' 편집장, 그리고 정체가 미묘하지만 굉장한 외모의 재력을 소유한 '세굴레 출판사' 사장까지 그의 글에 한번에 매료된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욕망의 생명체인지가 선명히 드러난다.



이 작품이 신선했던 이유는, ‘신인 작가’의 첫 작품에서만 느껴지는 날것의 에너지 때문이다. 문장이 조금 거칠고, 결말이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 아니라, 지금 막 세상과 마주한 작가의 호흡처럼 느껴진다. 세상을 향해 첫 목소리를 낼 때의 설렘, 그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아마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꾸어볼 꿈일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오는 일. 작가 이 작품에서 그 꿈을 그려낸다.


<세 굴레 출판사>는 이름처럼 굴레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 굴레는 단지 속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무게이자, 동시에 벗어나야 할 과제다. 미생의 저주는 결국 그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불완전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우리도 모두 저마다의 굴레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언젠가 그 굴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조금은 자유로워질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 길목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처럼 읽힌다. 세상과 나 사이의 경계가 흐려질 때, 보이지 않아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들을 믿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렇게 <세 굴레 출판사>는 신인의 서툰 문장 속에서, 의외로 단단한 메시지를 남긴다. “굴레는 우리를 묶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잊지 않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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