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 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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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후에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스트레스’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대의 철학자를 오늘날의 심리적 피로감에 연결시키다니, 과연 어떤 방식으로 엮어냈을까 궁금했다. 사실 나는 니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나 <도덕의 계보> 같은 제목만 들어봤을 뿐, 막연히 ‘신은 죽었다’는 문장으로만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니체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사랑을 했으며, 또 어떤 방식으로 삶을 통찰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어서 공짜로 점심을 대접받은 기분이다.




책 머리에 적힌 문구가 꽤 인상적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통독하거나 낭독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책장을 펼치기 위한 책이다. 말하자면 산책 중이나 여행 중에 말이다.”

이 말 그대로, 이 책은 정좌하고 몰입해서 읽기보다는 가볍게 들고 다니다가 문득 마음이 움직일 때 꺼내 읽기에 좋은 책이다. 작고 가볍고, 핑크색 표지까지 사랑스럽다. 여행 가방이나 출퇴근용 가방 안에 넣어두면, 잠깐의 틈새 시간에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작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해 준다.


책은 총 8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니체의 철학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며, 특히 인간관계나 자존감, 열정, 평판처럼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본 주제를 다룬다. 단순히 철학을 해설하는 책이 아니라,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니체의 위로’처럼 느껴진다. 니체의 말을 인용하되 무겁지 않고, 오히려 가볍게 일상의 장면 속으로 끌어들이는 구성이 마음에 든다.




그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두 번째 주제, “웃음을 발명하라; 비통함 속에서 만들어낸 행복으로 인간은 시간을 잊는다.”였다. "행복해서 웃는 것이 아니라 웃어서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나는 주제다. 큰 불행속에서도 작은 행복을 찾아 웃는 사람도 있고, 큰 행복속에서 작은 불행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사람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라는 말에 좀 꽂혀있다.




니체는 고통과 절망을 단순히 피해야 할 감정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변형할 수 있는 에너지’로 바라본다. 웃음을 발명하라는 말은 억지로 웃으라는 뜻이 아니라, 비통함을 품은 채로도 삶을 긍정하라는 메시지다. 이 대목을 읽으며,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를 지었다.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잠시 멈추어 “나는 지금 내 비통함을 어떻게 다루고 있지?”라고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또 흥미로웠던 챕터는 “정치권력의 쳇바퀴가 되지 말아라.”였다. 정치라는 것은 멀리하려 해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주제다. 니체는 정치가 인간의 본질을 소모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걸 경계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정치적 갈등에 쉽게 휘둘리고, 누군가의 목소리에 휩쓸려 분노하거나 너무 쉽게 혐오로 변질된다. 니체는 그럴수록 스스로의 판단을 세우고, 타인의 언어가 아닌 자신의 언어로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 메시지가 지금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상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분량도, 문체도, 구성도 모두 부담이 없지만, 읽고 나면 묘하게 마음 한쪽이 단단해진다. 카페에서 커피를 기다리며 몇 페이지를 읽다가도 문득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고, 지하철 안에서 몇 줄을 훑다 보면 이상하게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한 니체>는 철학서이기보다 일상용 사색집에 가깝다. 진지함을 잃지 않되, 부담스럽지도 않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어느새 니체가 멀리 있는 철학자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현대적 멘토’처럼 느껴진다. 작고 예쁜 책 한 권이, 생각보다 큰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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