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용

중용 -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9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중용> 사서오경에 속하는 경전 중 하나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녀야 할 자세와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사서오경이란, 사서, 즉, 논어, 맹자, 대학, 중용, 그리고 오경으로는 시경, 서경, 역경, 춘추, 예기를 말한다. 기원전 300년 전에 기록되었고 유교 교육의 가장 핵심적인 책이다.

<중용>이라는 제목을 보면, 솔직히 처음엔 조금 긴장된다. 어딘가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옛 사상서 같달까. 게다가 한반도 인간들을 작은 틀에 가두어 놓은 바로 그 '유교'의 교육서라니 정말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또 사극에 보면 사서삼경, 중용, 이런책들이 항상 나와서 약간의 호기심이 살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중용>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중용>을 펼쳐들고 보니 나의 선입견이 조금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 책 어디에도 여자들이 고개를 들지못하고 담 넘어로 나가면 안된다던가, 제사 지낼때 여자들은 일만하고 남자들만 절을 한다던가, 차롓상에 이런 저런 음식을 놓아야 한다던가 하는 그런 추잡스럽고 치졸한 내용은 없었다.

오히려 글을 아는 양반들이 읽게되는 책이니 만큼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살피고, 나라에 마음을 다하고, 아랫 사람들을 어떻게 넓은 아량과 이해로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가득했다.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마음가짐이 담긴 좋은 책이고, 리더들이 세상을 널리 보고 큰 뜻을 품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기개발서라고 할 수 있겠다.

청년정신 출판사의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중용>은 고전의 깊이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금을 사는 우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드럽게 풀어낸다. 문장이 어렵지 않고, 설명이 과하지 않다. <중용>의 원작자로 추정되는 "자사"는 아마도 철학자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박찬근 작가가 지은 <중용>은 ‘중용’의 원문과 그에 대한 해석, 그리고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현대적 해석’ 부분이다. 고전의 가르침을 지금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주기 때문이다. 원문을 풀어놓은 말도 좋았지만, 작가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 조금 더 생각해 볼 여지가 넓어진다.

각 장마다 수록된 ‘나를 바꾸는 질문’도 인상적이었다.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한 문단을 마칠 때마다 ‘나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내가 지키고 있는 균형은 무엇인가’를 되묻게 만든다. 이 짧은 질문들이 의외로 깊게 남는다. 단순히 읽고 감탄하는 게 아니라, 그걸 나의 삶에 대입해보게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중용>이 말하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삶’은 완벽한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인간의 노력에 대한 이야기에 가깝다. 이 책은 그런 부분들을 오늘의 언어로 잘 포착해냈다. 그래서 ‘중용’이라는 단어가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하루하루의 감정 속에서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혜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