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쁜 추적 - 코로나19는 어디서 왔는가?
데이비드 쾀멘 지음, 유진홍 옮김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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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후에 작성한 리뷰입니다.]


<숨 가쁜 추적>이라는 제목이 나를 끌어당겼다. 단순히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힌다는 책이었다면 아마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숨 가쁘다’는 단어에는 이상한 생동감이 있었다. 실제로 책을 펼치자마자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게 된다. 저자는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재난을 단순한 감염병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자연의 균형이 무너진 결과로서 추적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과학 논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한 편의 스릴러를 따라가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책 속에는 수많은 도시, 과학자, 실험실, 바이러스의 계통과 유전자 정보들이 숨 가쁘게 등장한다. 그런데 그 정보들이 차갑게 나열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실제로 이 전염병을 막기 위해 싸운 사람들의 생생한 대화와 두려움, 혼란이 함께 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 혼란의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던 그 시간들이 겹쳐 온다. 지금은 그나마 기억속에서 희미해진, 마스크를 쓰고 투덜거리던 지난 3년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목숨을 걸고 데이터를 모으고, 실험을 반복하던 전쟁의 시간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책은 ‘코로나19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하지만 결론은 명쾌하지 않다. 박쥐로부터 왔다는 설도, 실험실 유출설도 완전한 증거가 없다. 그리고 작가는 이 두가지 이야기 어느 것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대신 이 책이 던지는 건 “우리는 얼마나 모르는가”라는 사실 그 자체다. 그게 조금 허무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현재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전부일 것이다. 정답보다 과정에 집중하는 과학의 태도,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흔들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진실하게 느껴진다.


데이비드 쾀멘의 이번 책은 현장을 누비며 쓴 책이 아니다. 그는 팬데믹 이전의 여행에서 얻은 메모들, 과학 문헌, 온라인 인터뷰, 수백 편의 논문을 오가며 거대한 퍼즐을 맞춘다. 그래서 더 놀랍다. 책 속의 인물과 사건들이 너무 생생해서, 그가 직접 그 현장을 걸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번역을 맡은 감염내과 교수인 유진홍 교수의 꼼꼼한 주석과 해설이 있어, 복잡한 용어나 연구 맥락도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다. 학문적이지만 읽히고, 과학적이지만 인간적이다.




책을 덮고 나면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이 비극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코로나19는 끝나지 않았다. 단지 조금 잠잠해졌을 뿐이다. 어딘가에서는 또 다른 바이러스가 태어나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금도 그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지만, 이런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사고방식을 엿보고,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일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숨 가쁜 추적>은 단순히 바이러스의 출처를 추적하는 책이 아니다. 인간의 어리석음, 과학의 집념, 그리고 생명의 경이로움까지 모두 담겨 있다. 팬데믹이 지나간 지금, 잊고 싶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인류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책이다. 그리고 그 물음이야말로 이 책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큰 가치다. 굉장히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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