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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곧 죽을 텐데
고사카 마구로 지음, 송태욱 옮김 / 알파미디어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사카 마구로' 작가의 <어차피 곧 죽을 텐데>는 제목부터 독자들의 호기심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작품이다. 심플하지만 어딘지 서늘한 표지의 분위기와 제목이 주는 인상은 마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차가운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하다. 그러나 책장을 펼치고 만나는 첫인상은 그와는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작품 속 탐정, 나나쿠마가 처음 등장했을 때 느꼈던 미묘한 혼란을 아직 잊을 수 없다. 이름과 외형에서 오는 선입견은 때로 흥미로운 편견을 만들고는 하는데, 나나쿠마 탐정의 능청스럽고 여유 넘치는 모습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우리에게 시작부터 혼란과 충격을 선사한다.
사건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조수와의 유쾌한 만담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 속에서도 독자들이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끄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제23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이미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상의 무게만큼이나 이야기의 짜임새와 독창성은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반전으로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삶의 마지막을 앞둔 시한부들이 모인 독특한 공간, ‘하루살이회’에서 시작된다. 남은 생이 얼마 없는 이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이 고요한 공간에 살인사건이라는 파열음이 울려 퍼지면서,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간다.
탐정과 그의 조수는 이 폐쇄적인 공동체 안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나가며, 독자들을 예측 불가능한 추리의 세계로 안내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전과 치밀한 트릭은 활짝 열린 공간에서의 ‘클로즈드 서클 미스터리’을 만들어 낸다.
작품을 읽다 보면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체가 다소 아쉽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체는 이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한층 더할 수도 아쉬운 요소로 남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이 작가의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당뇨’에 대한 상세한 묘사로, 한편으로는는 전문 의학 서적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당뇨 관련 지식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마도 이 부분이 작품의 현실감과 깊이를 더하려는 작가의 영리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단순한 ‘시한부’라는 추상적인 설정을 넘어, ‘당뇨’라는 구체적인 질병을 언급함으로써 등장인물들의 절박한 상황과 그들이 처한 환경을 독자들에게 더욱 생생하게 각인시킨다.

이는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 인물들의 동기나 감정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드는 배경이 되며,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의 흐름을 짐작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반전에 힘을 더해준다.
<어차피 곧 죽을 텐데>는 독창적인 설정,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죽음 앞에서 펼쳐지는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