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수염의 딸들
김영주 외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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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푸른수염의 딸들>은 한 권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편의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낸 앤솔러지다. 읽는 내내 ‘여성 범죄 소설집’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다. 이야기 속에는 이상한 여자도 있고, 나쁜 남자와 미친 남자도 나온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광기도 등장하고, 아이를 잃은 부모가 겪는 슬픔도 담겨 있다. 어떤 이야기는 피해자의 목소리로 흘러가지만, 또 어떤 이야기는 가해자의 시선으로 쓰여 있다. 그래서 더 기묘하고 더 낯설게 다가온다.

가해자 시점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순간 불쾌감이 올라온다. 하지만 곧 그들이 주장하는 ‘범죄의 이유’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것인지 그대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작가의 의도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변명 같지 않은 변명을 통해, 폭력이 어떻게 정당화되는 척하는지 폭로하는 것이다. 그런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답답하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는 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의 공기는 결코 밝지 않다. 어둡고 무겁고 불편하다. 하지만 동시에 통쾌한 순간도 있다. 피해자가 가만히 당하지 않고, 끝내 맞서거나 목소리를 낼 때, 읽는 나까지 숨통이 트인다. 그러다 또 다른 장에서는 깊은 안타까움이 가슴을 치고 지나간다. 그래서 쉽게 손에서 놓을 수 없다.

앤솔러지라서 작품마다 결이 다르다. 어떤 이야기는 차갑게 파고들고, 또 다른 이야기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누군가는 이 불균형이 단점이라 말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변화가 긴장감을 이어준다고 느꼈다. 한 장을 덮고 다음 장을 열 때마다, 전혀 다른 얼굴의 ‘푸른수염의 딸들’을 만나는 셈이니까.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뉴스 한 줄, 헤드라인 속 사건들이 사실은 이 소설 속 이야기와 닮아 있지 않을까. 픽션이지만 현실과 멀지 않은 이야기들이라서 더 서늘하다. 소설을 덮고 나면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이 사회가 가진 폭력의 그림자를 직시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어둠을 이겨내려는 목소리들이 얼마나 강인하고 필요했는지도 깨닫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무겁기도 했지만, 동시에 분명한 메시지를 받았다. 이 소설집은 단순한 범죄 소설이 아니라, 현실의 어두운 민낯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다시 주체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 결국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이 폭력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에 설 것인가?”

<푸른수염의 딸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통쾌함, 그리고 그 빛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해주는 안타까움이 함께 담겨 있다. 그리고 책장을 덮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울리는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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