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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유 건강식단 - 증상별 추천 메뉴부터 매일 한 상까지, 맛과 영양을 모두 챙긴 집밥의 모든 것
삼성서울병원.삼성웰스토리 지음 / 청림Life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좋은 책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정리한 리뷰입니다.]
처음 암이라는 단어와 마주했을 때, 나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거쳐야 했을 때는 그저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전부였다.

자료를 찾아보는 게 두려웠다. 혹시라도 '암'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일상이 무너질까 겁이 났고, 괜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이까짓 암, 내가 이겨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런데 두 번째 대장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다시 그 모든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큰 좌절로 다가왔다. 그래도 결국 다시 일어섰다. 치료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나에게 <암 치유 건강 식단>은 특별한 선물이 되어주었다.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 때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요리법이 정리된 것을 보고 단순한 요리책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첫장부터 읽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레시피 모음집이 아니라 암 환자의 치료와 생활 전반에 걸친 건강 관리 지침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삼성서울병원 암교육센터에서 환우들을 직접 교육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담겨 있고, 삼성웰스토리의 조리 전문가들이 개발한 실제적인 레시피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저 “단백질을 드세요”라는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단백질이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암 환자에게 왜 중요한지, 어떤 음식에서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책은 소스 만드는 법처럼 간단한 조리부터 시작해 항암 치료 중 흔히 겪는 부작용에 맞춘 식단을 세심하게 제시한다. 입맛이 없을 때, 소화가 안 될 때, 불면에 시달릴 때, 체중이 불안정할 때 등 상황별로 맞춤형 레시피를 제안해 준다. 그래서 단순히 ‘먹어야 버팁니다’가 아니라 ‘치료와 회복에 도움을 주는 맛있는 식사’라는 점이 다르게 다가왔다.
마지막 부분에는 환우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식생활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정리되어 있다. 커피를 마셔도 괜찮을까? 전자레인지는 써도 될까? 꼭 유기농이어야 할까? 이런 의문들은 치료 과정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품는 것들인데, 이 책은 의료진의 경험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답해 준다. 특히 시대에 맞게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올바른 자세까지 나와 있어서 스스로를 돌보고 있는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암 치유 건강 식단>은 단순히 요리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처음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막막하고 두렵기만 할 때, '암'이라는 낯설고 무거운 세계 속에서 어떻게 자신을 돌보고, 어떻게 일상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안내하는 든든한 길잡이다.
나 역시 치료를 받는 동안 이 책을 여러 번 펼쳐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부디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누군가 암 진단을 받는다면 가장 먼저 건네주고 싶은 책이다. 입맛이 없어도 나를 아끼는 마음으로 식단에 신경 쓰는 것,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는 걸 배우게 된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