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현의 행복한 하루 - 가장 아름다운 추억에 색을 입히는 감성 컬러링북 시현의 시리즈
박시현 지음 / 이덴슬리벨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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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즐겁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어른을 위한 컬러링 북이 단순히 ‘취미’로만 불리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하루하루 쏟아지는 일상 속에서 뇌를 멈추고 싶을 때, 손끝으로 천천히 색을 칠하는 그 시간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치유와 회복에 더 가깝다. ‘시현의 행복한 하루’는 바로 그 시간을 선물처럼 건네준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따뜻한 커피를 곁에 두고, 색연필을 한 움큼 꺼내놓는 순간 이미 작은 의식이 시작된다. 색을 고르고, 선 안을 따라 색을 입히다 보면, 어느새 음악 소리조차 멀어지고 식어버린 커피를 나중에야 발견하게 된다. 그만큼 몰입의 시간이 된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집중이 찾아오는데, 그것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창작이 아니라 오롯이 나 자신만을 위한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위로가 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림 자체에서부터 온다. 사계절을 테마로 담아낸 그림들은 밑그림만 보아도 이미 기분이 밝아진다. 봄의 꽃잎, 여름의 나무, 가을의 들녘, 겨울의 눈발이 단순하고 친근한 선으로 표현되어 있다. 화려하거나 과장되지 않은 그림체라서 마음이 편하고, 색칠하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작은 등장인물들의 표정 하나하나에도 따스함이 묻어나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내 손으로 채워 넣는 듯하다.

색을 고르다 보면 가끔은 후회가 남기도 한다. “아, 이 색 말고 다른 색이었어야 했는데”라든가, “선을 벗어나 버렸네”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아쉬움마저도 품어낸다. 오늘의 그림은 오늘의 나를 기록하는 일기 같은 것이라서, 조금 서툴러도 괜찮다. 마음에 안 들면 내일 다른 그림을 고르면 되고, 원한다면 덧칠을 해도 된다. 그래서 오히려 자유롭다. 완벽함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를 즐기게 해주기 때문이다.



나는 특히 이 책의 ‘편안함’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작품으로 남길 목적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을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마음이 가볍다. 자연이 많이 담겨 있어 계절과 풍경을 따라 색을 입히는 기쁨이 크고, 페이지마다 느껴지는 고요함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딱 맞는다. 화려함보다는 단순함을, 완벽함보다는 따뜻함을 전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일종의 ‘셀프 힐링 도구’라고 부르고 싶다. 하루 2시간 정도, 휴대폰을 멀리 두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커피 한 잔을 준비한 뒤, 색연필을 손에 쥔다. 그 짧은 시간이 놀랍도록 길게 느껴지고, 마음 한쪽의 소란이 가라앉는다.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방 같은 공간. ‘시현의 행복한 하루’는 바로 그런 공간으로 안내한다.

컬러링은 단순히 그림을 완성하는 일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시현의 행복한 하루’는 그 간단한 방법에 최상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펼쳐 원하는 그림을 고르고, 원작의 색이 무엇이든 나만의 색을 골라 하루를 정리해 보는 건 우리가 가장 가볍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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