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욕망 - 당신은 본능을 이길 수 있는가
최형진.김대수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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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먹는 욕망"이라는 제목은 단순히 식욕을 뜻하는 말 같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그 의미는 훨씬 넓고 깊어진다. 우리는 늘 먹고 싶다는 충동 속에서 살고 있다. 다이어트를 결심해도, 건강을 다짐해도, 결국 야식이나 달콤한 간식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그때마다 스스로를 탓한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하지만 이 책은 바로 그 순간의 자책을 멈추게 한다. 저자 최형진과 김대수는 먹고 싶은 욕망이 결코 나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진화의 과정 속에서 얻게 된 본능적 장치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최형진은 의사과학자로서 식욕 억제 메커니즘을 세계적으로 연구해온 인물이다. 그는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인간이 왜 ‘먹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의지 싸움이 아니라, 뇌와 호르몬, 그리고 신체 전반의 생리학적 신호가 얽힌 복잡한 문제라는 것이다. 김대수는 뇌과학자이자 행동유전학자로서, 인간의 욕망이 뇌 회로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해석한다. 두 사람의 연구가 만나면서, 먹는 욕망은 단순히 식습관을 넘어 인간 존재의 핵심에 닿아 있는 주제로 확장된다. ‘먹는다’는 행위가 생존을 위한 최소 조건이자, 동시에 현대 사회에서는 삶의 질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양면성이 드러난다.



책을 읽다 보면 가장 크게 와닿는 메시지는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는 흔히 배고픔을 참는 것이 의지력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무조건 참는 태도야말로 실패의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욕망의 발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이 촉발되지 않도록 환경을 설계하며,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율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적 조언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생활 전략이다. 그렇기 때문에 울림은 크고 설득력도 높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먹는 욕망’이 가진 이중성을 다루는 방식이다. 고칼로리 음식에 끌리는 경향은 과거 인류에게 생존의 필수 조건이었다.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으면 긴 기근을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풍요가 일상이 된 현대에는 이 본능이 오히려 독이 된다.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같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 속에서 이 아이러니는 무겁지만 동시에 현실적이다. 우리가 왜 패스트푸드나 달콤한 디저트에 이토록 쉽게 흔들리는지, 그리고 왜 그 충동이 멈추기 어려운지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먹는 욕망"은 단순히 이론에 머물지 않는다. 저자들은 독자들이 당장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팁과 전략도 제시한다. 작은 습관의 변화, 환경 설계의 중요성, 욕망을 자극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방법 등이 책 속 곳곳에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책인데도 친절하다. 그리고 전문적이면서도 실용적이다. 학문적 성과를 쉽게 풀어내되,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결국 "먹는 욕망"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질문 앞에 서게 한다. 왜 나는 먹는 걸 멈추지 못할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먹는 욕망에 휘둘리지 않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자책 대신 이해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해가 쌓이면 다루는 방식도 달라진다. 책을 덮고 나면 남는 감정은 안도감과 동시에 호기심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의지가 약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닌 본능적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그 본능을 어떻게 현명하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먹는 욕망"은 과학 교양서이지만 동시에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하는 안내서다. 먹는 욕망을 부정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전략으로 전환하도록 돕는다. 본능은 억압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조율의 대상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주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이해하게 만들고, 나를 위로하며, 나를 새롭게 움직이게 한다. 결국 이 책을 읽는다는 건 ‘먹는 욕망’을 통해 ‘사는 욕망’을 다시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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