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

대전환
앨러스테어 레이놀즈 지음, 이동윤 옮김 / 푸른숲 / 2025년 7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내용을 정리한 서평입니다.>

책장을 펼치기 전, 엘러스테어 레이놀즈라는 이름과 '대전환'이라는 제목에 대한 작은 설렘을 느낄 수 있다. SF 장르의 거장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깊이 있는 상상력과 탄탄한 서사로 독자를 몰아넣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전환(Eversion)'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영어 원제 'Eversion'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분위기가 한국어 제목 '대전환'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줘서 이 또한 흥미로웠다.

'대전환'은 크게 보면 닥터 사일러스 코드라는 의사가 여러 시대를 넘나들며 미지의 '구조물'을 찾아 떠나는 미스터리 어드벤처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19세기 항해 중인 배에서 시작된다. 사일러스 코드는 선장과 탐험대와 함께 지도에도 없는 미지의 균열 너머에 있는 신비로운 구조물을 탐사하게 되는데, 이 구조물에 가까워질수록 배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파멸을 맞이하고, 닥터 사일러스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런데 평범한 시작이었던 이야기가 여기서부터가 다시 시작된다. 이 모든 상황이 다음 세기, 그 다음 세기에도 똑같이 반복된다는 것. 사일러스 코드는 계속해서 다른 시대, 다른 탐사선, 같은 사람이지만 기억이 다른 승무원들과 함께 이 '대전환'이라고 불리는 미지의 현상에 직면하게 되고, 매번 죽음을 겪고 깨어나도 모든 게 다시 시작된다. 그들은 정말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었던걸까?

결국, 이 책은 닥터 사일러스가 왜 이런 무한 반복 속에 갇혔는지, 이 반복되는 탐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한 과정이다. 하드 SF와 미스터리, 심지어 고딕 호러 분위기까지 섞여 있어서 읽는 내내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하드 SF와 미스터리, 심지어 고딕 호러 분위기까지 섞여 있어서 읽는 내내 '이게 도대체 뭔 일이야?!' 하면서 몰입하게 된다.

이 책은 '타임 패러독스'의 흐름을 잇는다는 평가처럼, 읽는 내내 독특한 시간적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미스터리와 고딕 호러, 그리고 러브크래프트적인 분위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페이지를 넘길수록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있다 .

이 책을 읽으면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마치 끝없는 미로에 갇힌 듯한 주인공의 여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선이었다.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욕망과 반복되는 패턴, 그리고 진실에 다가가려는 본능을 건드리는 듯한 전개라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희열과 동시에, 알 수 없는 불안감과 혼돈이 뒤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결코 가볍게 읽히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곱씹어 생각할 거리가 많고 여운이 오래 남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끝없이 반복되는 죽음과 탐사 속에서 미지의 존재를 파헤치는 한 남자의 기묘한 여정에 빠져보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