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다 2 - 역사의 변곡점을 수놓은 재밌고 놀라운 순간들 역사를 보다 2
박현도 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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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느낀 점을 정리한 서평입니다.>


역사책을 읽을 때 느끼는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거리감’이다. 책 속 인물들은 너무 먼 시대에 살았고, 사건들은 나와 무관하게 흘러간 듯 느껴진다. 하지만 "역사를 보다 2"는 그 거리감을 단숨에 좁혀버린다.



이 책은 고고학, 이슬람, 이집트를 전공하고 연구하는 세 명의 전문가들이 유튜브 채널 ‘보다’에서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결과물이다. 세 사람은 각자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우리가 교과서나 주류 역사책에서 잘 다루지 않는 지역과 시선으로 역사를 풀어낸다. 그 덕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마치 새로운 창문이 열리듯, 우리가 놓치고 있던 역사적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흔히 역사를 이야기할 때 중심에 놓이는 서구 열강, 일본, 중국의 프레임에서 과감히 벗어난다. 대신 이집트, 중앙아시아, 유라시아, 그리고 우리의 고대사로 시선을 확장한다. 덕분에 역사가 더 이상 ‘서구가 만든 이야기’나 ‘가까운 나라와의 관계사’로만 머물지 않는다.

이를테면, 이집트를 다룰 때 단순히 피라미드와 파라오의 이미지만을 반복하지 않는다. 고대인의 생활 방식, 그들의 건축 기술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사막과 나일강이 만든 독특한 문화권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사 속에서 작동했는지를 깊이 들려준다. 전쟁 뉴스로만 접하던 중앙아시아의 역사도, 현지의 환경·문화·정치적 맥락 속에서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 모든 이야기에 한국사가 가볍게 스며 있다는 것이다. 고조선과 유라시아를 연결하며 시야를 확장하고, 한글 이전의 문자 ‘이두’처럼 우리가 잊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불쑥 꺼내준다. 이 연결고리 덕분에 우리는 ‘세계사’라는 낯선 바다 위에서도 발을 디딜 수 있는 한국의 작은 섬을 발견하게 된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말맛’에 있다. 전문가들의 대화는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고, 그렇다고 근거 없는 잡담도 아니다. 고증과 유머가 적절히 섞여 있어, 마치 오랜 친구 셋이 술자리에서 옛날이야기를 풀어놓는 것을 옆에서 듣는 기분이다. 예를 들어 징기스칸을 영웅으로만 그리는 전통적 서사 대신, 여러 대륙의 기록을 비교하며 그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세계문화유산을 둘러싼 각국의 입장 차이, 파도의 파장만으로 항해가 가능했던 고대 기술 같은 이야기는 역사서에서 자주 접하기 힘든 ‘생활 속의 역사’다. 이런 이야기들이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더 깊은 공부로 나아가고 싶어지게 된다.



이 책은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확장된 시선’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학생들이 세계사를 공부할 때 단편적인 연도나 사건만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다른 지역·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이해하게 만든다. 동시에 역사에 문외한인 사람에게도 부담 없이 다가온다. 굳이 공부하려는 마음가짐이 아니더라도,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지식이 쌓인다. 나처럼 단순히 ‘재미있네’ 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호기심이 계속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역사를 보다 2"는 ‘많이 아는 아저씨들의 수다’ 같은 책이다. 하지만 그 수다는 잡소리가 아니라, 인류가 걸어온 길 위에 숨겨진 풍경들을 발굴하는 발굴 현장이다. 역사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거나, 세계사를 더 넓은 시선으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배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보다"라는 유튜브 채널을 찾아보며 오늘을 마무리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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