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실제 심해 탐사에 참여한 장면들이다. 초심해저대, 무광층, 박광층… 해수 1만 미터 아래, 빛이 도달하지 않는 세계에서 저자는 박테리아가 만드는 불빛, 촉수가 반짝이는 생물, 뼈가 거의 없는 물고기, 심지어 플라스틱 쓰레기와 마주한다. 저자의 시선은 경이로우면서도 현실적이다. “너무 낯설어서 무섭고, 너무 완벽해서 아름답다”는 말이 이 세계에 딱 맞는 표현이다.
무서움과 아름다움은 늘 나란히 선다. 심해의 생명체는 대개 투명하거나 자가발광을 하거나, 극도의 압력을 견디기 위해 몸을 비현실적으로 변화시킨다. 우리의 육지 기준으로는 기괴함 그 자체지만, 이들의 존재는 지구의 진짜 얼굴을 비춰주는 거울이다. 동시에 책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조명한다. 우리가 몰랐기에 쉽게 무시할 수 있었던 세계가 사실은 우리의 기후를 조절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며, 과거의 역사를 저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짚는다.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라는 현실. 심해를 사랑하기에 가능한 분노. 케이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지만 단호하다. 바다 아래에 깔린 광물들을 두고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하고, 심해 채굴권을 판매하는 시장이 형성되고, 쓰레기와 독성물질이 쌓이고 있다. 아직 우리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이 공간이, 돈의 논리에 의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은 책 전체에 무겁고 차가운 긴장감을 더한다.
작가는 말한다. 심해는 “지구 자체”라고.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저 과장된 은유처럼 들렸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그 말이야말로 가장 정확한 사실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우리는 우주보다 바다를, 그것도 가장 깊고 어두운 바다를 더 먼저 알아야 한다.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이 지구의 심장은, 바로 그곳에서 뛰고 있으니까. 탄소를 흡수하고, 지구 내부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새로운 생명의 기원을 품고 있는 심해는, 우리의 과거이자 미래이며 현재다.
"언더월드"는 단지 지식이나 정보를 주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시선을 바꿔놓는다. 심해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깨우고,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생명과 가능성과 사랑을 발견하게 한다. 저자의 표현처럼 “그냥 멈춰요. 기다려요. 우리가 대안을 생각할 기회를 줘요.” 그 속삭임은 이 책을 통해 진심으로 전해진다. 이제 나도 심해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이제 집앞 바다에 해변을 걷다보면 저 멀리 심해를 한번쯤 생각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