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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노력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 2 - 나의 단단한 어휘력과 표현력을 위한 ㅣ 사자성어 명언 필사 2
김한수 지음 / 하늘아래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필사하면서 느낀점을 정리한 글입니다.>
사자성어는 단순히 네 글자 한문이 아니다. 그 안에는 수천 년간 축적된 동양의 역사, 철학, 인간에 대한 통찰이 응축되어 있다. 마치 한 권의 탈무드처럼, 한 줄로도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인간관계를 성찰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문을 점점 멀게 느낀다. 실생활에서 사자성어를 사용할 일이 드물고, 굳이 몰라도 살아가는 데 별 지장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김한수 작가는 “배우고 노력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 1”에서와 마찬가지로 “배우고 노력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 2”에서 그 생각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단순한 ‘지식’이 아닌 ‘사유’로서의 사자성어를 제시하고, 손으로 직접 써내려가며 마음 깊은 곳에 새길 수 있는 필사의 힘까지 함께 담아냈다.
책의 페이지 구성은 실용성과 몰입도를 모두 고려한 편집으로 눈길을 끈다. 왼쪽 면에는 앞서 설명된 사자성어의 어원과 의미, 그리고 실제 사용 예시가 배치되어 있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돕는다. 그 아래에는 큼지막한 흐린색 한자가 인쇄되어 있어, 손글씨를 따라 써보며 한자 자체의 구조와 결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오른쪽 페이지로 넘어가면 상단에 해당 사자성어와 통하는 서양의 명언이 소개된다. 각기 다른 문화권의 인물이 남긴 문장이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이 사자성어와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 아래에는 넉넉한 필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독자가 자신의 손으로 문장을 되새기며 의미를 체화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배열 덕분에 이 책은 단순한 설명서가 아닌, 읽고, 쓰고, 생각하게 하는 ‘몰입형 독서’의 경험을 제공한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동양의 사자성어마다 대응되는 서양 명언이 함께 실려 있다는 점이다. ‘유구무언(有口無言)’이라는 말을 예로 들어보자. ‘입은 있으되 말이 없다’는 뜻은 단순히 말하지 않는 침묵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침묵이야말로 진실을 가장 정확히 전달하는 방식이라는 깊은 사유가 담겨 있다. 이 사자성어와 나란히 실린 프리드리히 니체의 문장은 그것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어떤 순간에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말을 할 수 있는 입이 있지만,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선 그 입을 닫는 것이 더 현명할 때가 있다." 말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의사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지혜와 타이밍, 상황을 이해하는 태도에 대한 문제임을 이 책은 조용히 일러준다. 문장은 다르지만,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와 통찰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다가온다. 이러한 방식으로 독자는 각 사자성어의 의미를 더 넓은 철학적 맥락 속에서 사유하게 된다.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사자성어의 세계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외워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고, 단지 써보며 천천히 의미를 음미하겠다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이 책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그리고 한자 하나하나를 따라 쓰다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라앉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나를 돌이켜보는 순간이 된다. 특히나 삶이 정신없이 몰아치는 시기에는 이런 짧고 단단한 문장이 어쩌면 가장 확실한 위로와 정리가 될 수 있다.

"배우고 노력하는 사자성어 명언 필사"는 그래서 지식보다도 마음의 근육을 기르는 책이다. 한자 실력이나 교양이 부족해도 괜찮다. 이 책은 스스로를 가꾸고 싶은 사람,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이에게 열려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쓰기’라는 행위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바꿔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준다. 사자성어는 결국 말이 아니라 태도다. 오늘, 딱 한 문장이라도 써보는 것으로 하루를 정리해보자. 그 문장이 언젠가 너덜너덜해진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를 다잡아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