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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기원 - 우주와 인간 그리고 세상 모든 탄생의 역사
김서형 지음 / 클랩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존재의 기원 –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여정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한 순간부터 138억 년이라는 기나긴 시간을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거대한 흐름을 이렇게 쉽게 풀어낸 책이 또 있을까? 『존재의 기원』은 말 그대로 ‘쉽다’. 얼마나 쉽게 읽히냐 하면, 과학책은 늘 어려웠던 나조차 한 번에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가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안개 속에서 빠져나와 자리를 잡는다.
김서형 작가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보지만, 이야기꾼의 언어로 풀어낸다. 단순히 과학 이론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신화와 역사, 인간의 실수와 진보, 우주의 법칙과 철학적 질문들을 하나로 엮어낸다. 빅히스토리라는 낯설고 거대한 틀을 복잡하지 않게, 오히려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설명해낸다. '구성요소'와 '골디락스 조건'이라는 개념이 만나 ‘복잡성’을 창조하고, 그 결과로 별이 탄생하고, 생명이 시작되고, 인간이 출현하게 된다는 흐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정돈된 구조다.
나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도 시도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다. 시작은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낯선 배경과 번역된 문장들이 벽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존재의 기원』은 달랐다. 무겁고 낯설어 보이는 주제임에도 술술 읽혔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같은 문화에서 형성된 언어는 뇌가 받아들이기에 더 빠르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인류가 스스로에게 던져왔던 근본적인 질문들을 다시 물을 수 있게 만든다.
“우리가 우주의 먼지에서 시작된 존재임을 자각하여, 지구라는 푸른 행성을 지키는 책임을 자발적으로 감당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나아갈지를 묻는 그 질문의 끝은 다시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책을 덮고 나서도 이 두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학은 단지 과거를 설명하는 학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할지를 묻는 거대한 거울이라는 걸 느꼈다. 『존재의 기원』은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존재 이유를 묻는 성찰의 여정이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푸른 행성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우는 책이다.
359페이지의 두께에 주눅들지 말자. 이 책은 진짜로 재미있다. 언제 무엇이 생겨났고,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를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리고 나 자신이라는 작은 존재가 얼마나 긴 시간과 복잡한 우연의 결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존재의 기원』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묻는 일은 결국, 지금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