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스의 개선"은 탐정소설의 틀을 빌렸지만,
실제로 다루는 건 이세계를 이용한 창작과 정체성, 상실과 회복에 관한 문제다.
홈스는 슬럼프에 빠졌고, 왓슨은 그로 인해 글을 쓸 수 없다.
홈스를 일으켜 세우려는 왓슨의 집착은 결국 자신이 그간 얼마나 홈스에게 의존했는지를 보여준다.
“홈스는 그런 책임을 혼자서 도맡아야 하는 상황에 넌더리가 난 겁니다.”
홈스는 언제나 정답을 알아야 했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했으며, 세계의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해결 장치’였고, 그 무게에 지쳐 결국 멈춰버린 것이다.
이 소설이 제47회 일본 셜록 홈즈 대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를 단지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세계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며 문학적으로 확장한 작품에게만 주어지는 상이기 때문이다.
『셜록 홈스의 개선』은 이 상의 정체성과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독자로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사건 해결의 짜릿함보다도 묘한 뭉클함이 남는다.
이야기는 결국 돌아온다.
창작자든 탐정이든, 멈췄던 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
그리고 그때, 우리는 알게 된다.
“왓슨이 있기에 홈스가 있다”는 이 말이 단순한 우정의 표현이 아니라,
이야기를 되살리는 존재에 대한 헌사라는 것을.
읽는 나 역시 왓슨이며,
이 세계를 함께 유지해온 증인이다.
그렇기에 『셜록 홈스의 개선』은
단지 셜록 홈스의 귀환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의 귀환을 선언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