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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보다 시코쿠
김환.김자람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작가는 연애를 시작한 지 11년째, 연애를 업으로 삼았다고 할 만큼 서로에게 충실하고, 결혼이라는 제도에 그다지 마음을 빼앗기지 않은 사람들. 사람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함께 사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긴다. 하지만 이 커플은 “꼭 그래야만 해?” 하고, 조용히 반문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관계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반전으로 채워진 것이 아니다. 다만 오랜 시간, 한결같이 서로를 바라보고, 생활을 공유하며, 때론 침묵으로, 때론 농담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이들이다.
그렇다고 거창한 대안을 들이대진 않는다. 다만 삶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고 싶어 결혼하기 보다는 시코쿠에 가서 2주를 지낸다. 일본 4국 중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의 몇몇 도시들을 여행한다. 하지만 여행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책은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두 사람이 번갈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관광지 사진이나 관광 정보가 담겨있는 책이 아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스며드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한 커플의 비망록이다. 숙소 소개를 하기보다는 숙소에서 남편이 자전거를 배운 이야기, 여행 일정에 대해 이런저런 조잡한 일정들을 늘어놓는 대신 두 사람의 여행 루틴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 커플은 늘 ‘우리답게’ 살아간다. 그리고 그 ‘우리’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여행은 아주 중요한 리듬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서로의 온도를 확인하는 시간, 어떤 새로운 것을 함께 마주보고 반응하는 여유. 그런 시간 속에서 둘은 다시 스며들고, 새로워진다.

읽고 나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정지 버튼을 누른 듯 멈춰 있다. 어디가 좋았는지, 뭘 먹었는지 같은 건 기억에 남지 않지만, 왠지 그 둘의 ‘느리게 걷는 삶’이 오래 남는다. 나도 내 삶의 속도를 한 번쯤 천천히 눌러보고 싶게 만든다. 책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과 나의 오늘이 교차된 흔적만이 남는다.
우리부부는 여행을 사진첩으로 기록한다. 사진찍는 역할을 맡은 남편이 훨씬 부지런하기 때문이다. 다음 여행때는 여행기록 기록을 담당하는 나도 좀 부지런을 떨어서 작은 책을 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