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언어들 - 세포에서 우주까지, 안주현의 생명과학 이야기
안주현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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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생각을 정리한 서평입니다.>


자연을 배경이 아닌 주인공으로 바라보는 눈, 그게 바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가 안주현은 바람에 나부끼는 잎사귀, 바다에서 무리지어 움직이는 물고기 떼, 밤을 깨우는 모기의 날갯짓까지도 그저 풍경의 일부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녀는 이것을 "생명의 언어"라고 부른다. 



자연 속 모든 존재가 말하고 있고, 우리는 그 말을 해석할 줄만 안다면 세상은 훨씬 더 흥미롭고 생생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믿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바로 『생명의 언어들』이다.


책은 1부 생명과 과학의 대화, 2부 인체와 의학, 3부 생명의 다양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만 보면 다소 무겁고 학술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각 장에는 우리가 한 번쯤은 궁금해했거나, 아예 생각도 못 해본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예를 들어, 물고기는 왜 무리지어 헤엄칠까? 그것은 단지 습성의 문제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의 문제다. 함께 움직이면 덜 지친다. 인간의 사회성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교훈 아닌가.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주사기의 등장이다. 우리는 그 얇은 바늘 하나 앞에서 잔뜩 긴장하지만, 주사기가 없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이 훨씬 낫다. 옛날에는 피부를 절개하고 약물을 넣어야 했다니, 주사기에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이 특히 재미있는 이유는, 과학적인 정보를 마치 일상의 수다처럼 들려준다는 점이다. 


호주의 독특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왜 그 땅엔 이상하고 독특한 생물들이 그토록 많은 걸까? 그 이유는 ‘대륙의 격리’에 있었다. 오랜 시간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로 진화한 생명체들은 호주라는 고유한 생태계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적응했고, 그 결과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생명 다양성이 탄생했다.



『생명의 언어들』은 해양생물에서부터 의학의 역사, 인체에 관한 과학, 그리고 지리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그러나 주제는 일관되다. "생명"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 시선이 놀랍도록 따뜻하고 유쾌하다. 분명 과학 책인데, 딱딱하거나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 이거 내가 몰랐던 사실인데?"라는 깨달음이 이어지는, 읽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자연과학 상식서’로 분류할 수는 있겠지만, 딱히 그 틀에 가둘 필요도 없다. 짧고 간결한 글들 속에 배움의 기쁨과 사유의 여백이 있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지만, 특히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과학을 그저 시험과목이 아닌, 살아있는 언어로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그래서 이 책은 교과서에 실린 지식보다 더 생생하고, 유튜브 속 짧은 영상보다 더 깊이 있다.


무겁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유쾌하지만, 진지하다. 『생명의 언어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자연을, 생명을, 과학을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 번쯤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묻게 만든다. 

"나는 이 생명의 언어를 얼마나 잘 듣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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