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정말 풀 수 없는 밀실이 존재한다면, 그 안에서 벌어진 살인은 어떻게 될까?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눈의 저택과 여섯 개의 트릭』은 이 단순하지만 매혹적인 질문 하나로 출발해, 우리를 기묘하고도 정교한 세계로 데려간다.
작품은 제20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문고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만큼, 그 실험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그 실험이라는 게 다름 아닌 ‘밀실이 너무 완벽하면 살인도 무죄가 되는 세상’이라는 설정이다. 그럴듯한 가정이라기보다는 완전히 비상식적인 논리인데, 작가는 이 황당한 전제를 아주 치밀하게 구축해낸다.
삼 년 전, 완전한 밀실이라는 이유로 실제로 살인범이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 세상에 충격을 안기고, 이후 국가는 밀실 등급 제도를 신설하고, 밀실 설계사와 밀실 탐정이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게 된다. 무슨 SF냐고 묻는 사람이 있겠지만, 작가는 그 질문을 뻔히 알고 있다는 듯 전혀 무리 없이 이야기의 기반을 쌓는다.
배경은 '설백관'이라는 외딴 펜션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깊은 산속, 유일한 다리는 끊어지고 휴대폰 전파도 닿지 않으며, 당연히 첫사건 직후 유선 전화마저 끊긴다. 너무나도 익숙한 클로즈드 서클이다. 추리소설 좀 읽었다면, “아, 또 이거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다음부터의 전개가 심상치 않다. 연쇄 살인이 시작되고, 놀랍게도 모든 사건 현장이 또다시 완벽한 ‘밀실’이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무려 여섯 가지나 준비되어 있다.
이쯤 되면 의문이 든다. 밀실을 여섯 번이나 반복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그것도 각각 다른 트릭으로? 그런데 이 작품은 그걸 해낸다. 각 밀실마다 전혀 다른 기법과 장치, 물리적 조건을 사용하면서도 허술하지 않다. 트릭 하나하나가 논리적으로 설계되어 있고, 단순히 “이건 무슨 마법이다!” 같은 식으로 넘기지 않는다.
물론 읽다 보면 “말이 돼?”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작가는 차분히 증거를 제시하고, 독자가 끊임없이 추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고전 추리소설에서 맛볼 수 있는 ‘독자와의 게임’이 이 작품 속에서 살아 숨쉰다.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밀실 트릭을 설계하는 ‘밀실 설계사’, 그것을 해체하려는 아마추어 탐정과 3년 전 그 사건의 주인공. 그리고 각자의 비밀을 품고 설백관에 모인 이들. 죽어야 하는 이유? 그런건 없다.
특히 주인공과 범인의 관계가 아주 흥미롭게 짜여 있다. 범인이 이미 저지른 범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현재의 사건을 추리한다는 구성은 흔치 않다. 게다가 그 추리가 단순한 회상이나 고백이 아니라, 진짜로 머리를 굴리고 논리를 조합해 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몰입을 불러온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밀실, 살인, 무죄, 법적 허점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문장 스타일은 빠르고 재치 있으며 어렵지 않다. 일본 추리소설 특유의 ‘가볍게 읽히는 무거운 이야기’ 전통을 잘 이어받은 느낌이다. 작중 세계관 자체가 풍자적이라, 너무 진지하게만 읽기보다는 수수께끼를 풀듯이 밀실 트릭을 푸는데만 집중해도 될 것 같다.
"밀실 황금시대의 살인"은 단순한 ‘밀실 트릭 퍼레이드’가 아니다. 그것은 이 장르가 가진 고전적인 미덕―논리, 정밀함, 추리의 쾌감―을 다시 꺼내 들고,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품이다. 밀실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소비되다 끝나는 게 아니라, 밀실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장치로 기능하게 될 때, 추리소설은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읽는 내내 오락성과 지적 즐거움이 균형을 이루고,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여운이 남는다. 하나의 트릭도 풀어내지 못한 나는 범인도 탐정도 될 수 없겠지만, 트릭을 좋아하고 논리로 세계를 정복하고 싶은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도전장이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