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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
박경만 지음 / 책글터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좋은 문장을 만난다는 건,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과 닮아 있다
'인생에서 지적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명문장 필사책'은 말하자면 '문장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인도서'다. 잘 정돈된 구절들, 깔끔하게 선을 그은 노트 페이지, 책장을 활짝 펼칠 수 있는 노출제본까지. 이 모든 게 어쩐지 '이제는 써보라'는 조용한 초대처럼 느껴진다.

왼쪽엔 명문장, 오른쪽엔 나의 자리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왼쪽 페이지에는 국내외 작가 120여 명의 대표작에서 발췌한 문장들이 실려 있고, 오른쪽엔 그 문장을 따라 써볼 수 있도록 줄이 놓여 있다. 단순하지만 이 구조가 주는 힘은 크다. 나만의 독서 공간이 생기는 느낌이다.

노출제본으로 180도 펼쳐지는 자유로움
손으로 쓰는 작업은 불편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책이 덜 펼쳐지거나 종이가 얇고 번지면 금세 흥이 식는다. 그런데 이 책은 노출제본 방식을 채택해서 180도로 착 펴진다. 필사에 최적화된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필기구도 잘 받는 종이 질감
만년필은 쓰지 않지만, 젤펜이나 연필도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종이가 부드럽고 질감이 좋아서 한 페이지를 채우는 동안 ‘필사의 물리적 기쁨’까지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의 큐레이션이 만들어낸 감정의 흐름
단지 멋진 문장만 모은 게 아니다. 어떤 순서로 배열되어 있는지, 어떤 문장들이 나란히 놓여 있는지에 따라 쓰는 이의 감정도 달라진다. 하루에 한 문장씩 따라 쓰다 보면, 어쩌면 내 안에 쌓인 감정의 결들이 조용히 정리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게된다.
필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싶은 사람’에게
필사를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다. 하지만, 어떤 문장이 '필사하기 좋은 문장'인지를 판단하는 건 어렵다. 인터넷에서 누군가 올린 글귀를 베껴도 공감이 되지 않을 때가 많았고, 책을 읽다 감동했던 문장을 다시 보면 그 순간의 감정이 사라진 뒤라 무덤덤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고민을 대신해준다. 이미 누군가가 '문장의 본질'을 고민하고, '쓰는 행위에 적합한 문장'을 고르고 다듬어 내 앞에 펼쳐놓은 것이다. 나는 단지 그 문장을 보고, 읽고, 그리고 손으로 따라 쓰면 된다.
그리고 그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왠지 모르게 나의 머릿속은 아주 조용해진다. 한꺼번에 해치우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한장씩, 혹은 두장씩 따라쓰며 내가 아직 읽지 않은 좋은 책들의 문장들을 훔쳐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