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명문장 필사 100 - 생각을 깊게 삶을 단단하게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김지수 엮음 / 마음시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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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가끔은 종이 위에 손글씨를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스마트폰 자판만 두드리다가 문득, 펜을 들고 느리게 글자를 그려가고 싶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작가가 아닌 우리는 무엇을 적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노트를 접게 되는 날이 많다. 바로 그런 날, 우리는 『고전 명문장 필사 100』을 펼치면 된다.



요즘 고전에 도전해 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전이라고 하면 선뜻 책을 펼치기 부담스럽다. '198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오만과 편견' 같은 이름들은 익숙하지만, 책장을 넘기는 건 왠지 어렵고 무겁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짧고 힘 있는 고전의 명문장이 담겨 있었고, 오른쪽에는 넉넉한 빈칸이 준비되어 있다. "하루에 한 줄, 나만의 속도로 따라 쓰면 된다"는 듯한,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종이 질감이 너무 좋다. 펜촉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면서도 적당한 저항이 있어, 손글씨를 쓰는 즐거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노출 제본이라 책이 180도로 편하게 펼쳐지는 것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필사를 하려면 책이 들뜨지 않고 평평하게 펴져야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손으로 꼭 누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는 책. 덕분에 글씨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필사한 문장의 출처를 바로 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문장을 베끼는 게 아니라, 그 문장이 어떤 이야기 안에서 나왔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예를 들어, '죄와 벌'의 한 문장을 썼을 때, 그 문장이 라스콜리니코프라는 인물이 얼마나 치열하게 자신의 죄책감과 싸웠는지를 알려주면서, 고전이 단순한 과거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의 고민과도 이어진다는 걸 느끼도록 안내해 준다.


준비된 문장을 필사하고, 책 맨 뒤에 압출된 짧은 책의 스토리를 접하고 나면 원작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변신'의 한 문장을 쓰고 나니, 갑자기 카프카가 왜 그런 이야기를 썼는지 궁금해지고, '어린 왕자'의 짧은 대사를 따라 쓰고 나서는, 오래전에 읽었던 이야기를 다시 꺼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단순히 문장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고전으로 가는 작은 다리가 되어준다.



필사를 하면서 나만의 고전 노트가 만들어지는 것도 정말 뿌듯하다. 며칠 동안 쓰고 나서 다시 첫 장을 펼쳐보니, 내 손글씨로 가득 찬 문장들이 나를 반겨줬다. 책에 함부로 낙서할 수 없는 성격이지만 내가 적은 필사에는 내 생각을 담은 낙서를 할 수 있는 것도 좋다. 그렇게 고전과 나의 생각이 만나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책이 된다. 필사를 위한 책은 처음 접해보았는데 너무나 즐거운 경험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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