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스터리를 처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사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추리 소설들이 역사 미스터리에 해당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조금 덜 익숙한 잉글랜드 사극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과 지명들을 이해하면서 미스터리를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아주 약간의 염려를 안고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아주 느리고 친절하게 1141년의 잉글랜드 초원과 수도원, 그리고 오래된 성 안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이야기는 잉글랜드 내전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과 역사 속에 적절하게 버무려져 잉글랜드 역사를 전혀 모르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박감과 피로감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는 상상 이상의 우정도 나오고, 목숨을 건 사랑도 나온다. 도저히 알 수 없는 트릭이 존재하고, 전쟁의 급박함에 초조해지기도 한다. 343 페이지 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다 넣었을까 싶은데 게다가 장면 장면에 대한 묘사도 예사롭지 않다.
그곳의 나뭇가지 하나까지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자세하고 세세한 묘사로 가득을 글로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첫인상은 금방 지워진다. 그 하나하나의 묘사가 사건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어서 어느새 긴장과 호기심과 재미가 어울려 끝날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