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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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은 솔직 후기입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1977년도에 처음 발표된 앨리스 피터스(Ellis Peters)의 작품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으로부터 시작된다. 1141년 잉글랜드의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천주교 수사인 캐드펠이 살인 사건을 풀어나가는 역사 미스터리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 미스터리를 처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사극과 관련된 여러 가지 추리 소설들이 역사 미스터리에 해당한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조금 덜 익숙한 잉글랜드 사극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름과 지명들을 이해하면서 미스터리를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아주 약간의 염려를 안고 시작한 책은 생각보다 아주 느리고 친절하게 1141년의 잉글랜드 초원과 수도원, 그리고 오래된 성 안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다.


이야기는 잉글랜드 내전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과 역사 속에 적절하게 버무려져 잉글랜드 역사를 전혀 모르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데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긴박감과 피로감까지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는 상상 이상의 우정도 나오고, 목숨을 건 사랑도 나온다. 도저히 알 수 없는 트릭이 존재하고, 전쟁의 급박함에 초조해지기도 한다. 343 페이지 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다 넣었을까 싶은데 게다가 장면 장면에 대한 묘사도 예사롭지 않다.


그곳의 나뭇가지 하나까지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자세하고 세세한 묘사로 가득을 글로 지루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던 첫인상은 금방 지워진다. 그 하나하나의 묘사가 사건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주어서 어느새 긴장과 호기심과 재미가 어울려 끝날 때까지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목재의 온기가 느껴지는 강변 마을과 저택 주변으로 나무들이 앙상한 검은색 옷을 서서히 벗으며 부드럽고 엷은 녹색 싹들을 틔우기 시작했고, 저 너머에는 눈이 흔적 없이 사라진 높고 둥그스름한 구릉 정상들이 펼쳐져 있었다. 하얗게 바래 있던 작년의 풀들은 묘사하기 힘든 생명의 색조를 다시 과시했으며, 갈색으로 변해 푸석푸석해진 고사리에서 첫 엽상체들이 고개를 들었다. 이곳에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책 안에 가득한 명예와 의리, 신의와 신뢰 등이 거짓말과 속임수로 가득한 현대 미스터리물과 비교되어 너무나 마음 따듯하고 기분 좋았다. 모두가 명예를 지키고, 남을 위해 희생하고, 신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가운데도 이렇게 흥미진진한 추리물이 완성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재미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아홉 번째 책을 읽으면서 내가 놓친 여덟 권의 책이 발목을 잡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을 했는데 앞의 내용과 연결되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또 앞의 내용이 궁금하지도 않다. 읽다 보면 어느새 읽고 있는 이야기에 푹 빠져버린다.


내가 느낀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오타다. 많은 장면 묘사를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읽다 보니 한 글자 한 글자 꼭꼭 씹어 읽게 되었는데 중간중간 한 번씩 걸리는 오타가 약간 거슬렸다. 그럼에도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1편으로 돌아가 수사 캐드펠의 사건들을 모두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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