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의 역사를 말한다 - 전후일본공해사론
미야모토 겐이치 지음, 김해창 옮김 / 미세움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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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 쓰고 죽어도 여한은 없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책을 안 써도 되는 세상이라면 죽을 때 웃으며 죽을 수 있을 것 같다.

 

90이 다 된 노인이 평생의 지력과 필력을 모아 지난 2014년에 낸 책이 얼마 전 한국에도 소개되었다. 미야모토 겐이치 선생은 '공해'라는 용어를 일본사회에 정착시킨 장본인 가운데 한 분으로 여러 많은 공해병 법정 투쟁에도 몸소 나선 인물이다. 경제학에서 출발해 급격한 경제성장을 동반한 정치사회시스템이 '공해선진국' 일본을 낳았다는 문제의식 아래 '환경경제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이 책에선 수십년 동안 전체상이 드러나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인 미나마타병, 석면피해 등에 대한 공해재판 과정의 생생한 목소리도 들려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나고 현재는 최근 원전 재개를 시도하고 있는 일본이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환경기준이 채택된 원동력이 된 시민의 공해반대 운동과 여론 조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점은 누구 하나 사과하는 이 없는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현현하고 있는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월호 이후 우리는 '안전'에 얼마만큼 눈을 떴는가? 점수를 결코 후하게 줄 수 없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이윤 추구를 우선시하는 대기업, 책임을 무마하기 바쁜 정부, 김앤장과 서울대 최 교수 등에서 보이는 전문가 집단의 비윤리성은 충격적이다. 가습기 문제만 해도 앞으로 수십 년은 진행될 것이다. 우리는 유사한 제품을 20년 넘게 써왔고, 지금도 모른 채 사용 중이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지배권력/지식권력의 힘이 강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나를 포함한 이 사회의 무감각함이 여전히 뿌리깊다는 것에서 더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당사자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도 세월호/가습기/ 등등... 유족들, 또 그들과 함께 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런 점을 다시 일깨워준 선생의 목소리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미야모토 선생은 이제는 전전일본공해사론을 마저 쓰려고 한다. '전후공해사론'으로 필력이 다 하시지 않으셨기를, 끝까지 마지막 작업을 이루시기를 바란다. 선생이 바라는 그리고 많은 이가 바라는 '유지가능한 사회'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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