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하고 쫀득한 미국사 이야기, 남도 섬길여행>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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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라고 해서

당연히(?) 남자 기자가 쓴 여행기 인 줄 알았는데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 기자라고 해서 정말 놀랬다.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다는 말이 "여자 혼자 댕기면 무섭지 않소?"라는 거라고 했는데

나 역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여자 혼자 다니면 안 무서울까?' 였다.

그리고 그 다음에 든 생각이 섬을 걸어서 여행한다고 하니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섬을 맘껏 볼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을까?' 라는 거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내가 처음에 가졌던 생각과는 다른 도보 여행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도,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노화도, 보길도!

저자가 여행한 섬들이다.

진도와 소록도는 들어봤는데 다른 곳들은 이름 조차 생소했다.

 

진도에서는 운림산방과 진도 신비의 바닷길, 삼별초 궁녀 둠벙, 명랑대첩을 재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사실 난 그런 것 보다 금갑마을에서 만난 아주머니 얘기가 더 인상적이였다. 

낯선 여행객에게 선뜻 방을 내주고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시고도

3만원도 안 받으신다고 한사코 거절하시는 모습에서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꼈다.

이런 분들 때문에 도보여행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렇기 때문에 세상이 아직은 살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소록도의 국립소록도병원에서는 한센인들의 상처와 공포,아픔이 느껴졌다.

소록도의 아름다운 경관 뒤에 이런 아픔이 있다니 소록도를 여행하게 되면

꼭 그곳에 가서 한센인들의 넋을 위로하고 와야겠다.

 

거금도에서는 도보여행자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해변에 있는 공룡알 모양의 돌을 볼 수 있었고,

레슬러 김일 선수의 생가와 기념관도 볼 수 있었다.

김일 선수 얘기는 많이 들었는데 고향이 거금도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청산도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를 만나 딸이 되어드리고, 말동무가 되어 드리는 걸 보면서

섬을 보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소통을 하기 위해 걷고,

그리고 그 안에서 섬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봉산 정산에서 보이는 청산도의 마을을 보니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인지

그 섬이 더 따뜻하고 정겨워보였다. 

 

보길도 여행에서는 고산 윤선도가 은거했다는 세연정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사진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광의 모습을 보니 지금이라도 당장 그곳으로 가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육지와 떨어진 작은 섬에서 세속의 시름을 모두 잊고 여유있고, 고즈넉한 삶을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도 섬길 여행을 지켜보면서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와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여자 혼자도 절대 무서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시의  건조하고 각박함에 익숙하다보니 세상을 무섭고 험난하게만 봤는데

이방인에게 인사를 건네고, 밥을 차려주고, 잠자리는 주고, 차를 태워주고, 함께 걱정해주는

섬 사람들을 보며 섬안의 세상은 내가 사는 이곳처럼 어둡고 각박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여행도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이쉬운 점은 섬 인구가 줄어들면서 폐교가 많아지고, 문을 닫는 식당이나 관리가 안되는 유적지들이 생기고,

젋은이들이 점점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섬을 지키고 살면서 섬이 조금만 더 활기찬 모습이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섬을  찾아와서 섬을 제대로 즐기고 알고 갔으면 좋겠다.

물론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면 아름다운 섬의 모습이 퇴색이 될 까 걱정도 되지만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지금의 섬을 지키면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섬 안의 따뜻함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섬 여행이 그저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걸어서 여행하는 것이 나는 감히 엄두도 못 낼 너무나 힘든 일 인 것 같다.

 

앞으로 또 어떤 여행이 펼쳐 질지 너무 기대가 되고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고 있는 유혜준 기자가 너무 자랑스럽고 대단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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