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사라졌다 - 폐업·해고에 맞선 여성노동
싸우는여자들기록팀 또록 지음 / 파시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표지만큼이나 강렬한 제목, <회사가 사라졌다>는 폐업과 해고에 맞선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이 책을 쓴 르포작가 중 한 분이 이렇게 썼더군요.


“누군가 노동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일에 대해 묻는다면, ‘담대해지는 순간’을 만나는 일이라고 답하고 싶다. (중략) 성진 사장이 밥값도 떼고, 연차휴가도 없애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직원들을 윽박질러 서명을 받는 동안, 단 한 사람이 끝까지 서명을 하지 않고 버텼다. 그것을 지켜보며 마음 졸이던 동료들이 노동조합을 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 바로 그 ‘담대해지는 순간’이다. 신영이 청산폐업을 하자 집과 공장밖에 몰랐던 여성노동자들이 옷 보따리를 싸들고 새벽 찬 서리를 맞으면서 공장 본사 건물로 들어섰던 순간이 그랬다. 이런 담대한 노동자들을 앞에 두고, 내가 어느 위치에 서 있어야 할지 방황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노동자가 서 있는 위치에서 편향된 글쓰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숨죽여 사는 듯 보이는 노동자들의 담대한 순간을 담아내는 것, 내가 노동 르포를 계속 쓰고 싶은 이유이다.”


이 책은 해고에 맞서 싸운 여성노동자 이야기입니다. 자동차 시트 제조(성진씨에스), 핸드폰 부품 조립(신영프레시젼), 문구용 스티커 제조(레이테크코리아) 등 생산직에 종사한 중장년 여성들입니다. 다니던 회사는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사라졌지만, 그들은 그 사라진 회사에 남아 싸웠습니다. 기업은 국가의 지원없이 불가능하며, 그 국가의 지원은 사회에서 나오는 것임을 확인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나는 왜 싸우는가?’ 그리고 자신이 존엄한 존재임을 밝히는 것이 투쟁의 목적임을 깨닫습니다.


이 책은 네 명의 작가들이 일년 여의 시간 동안 현장을 발로 뛰며 썼다고 합니다. 현장의 소리뿐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 느낀 문제의식을 담아, 폐업 현장에서 싸우는 여성노동자들을 통해 질문을 던집니다. 싸게 쓰고 쉽게 버리는 여성노동력에 대해 ‘여자 해고는 해고도 아니며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라 생각하는 우리 사회에 대해, 그리고 그런 사회에 대응하는 노동조합의 전략에 대해서도 말입니다.


저는 30년 동안 정규직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재작년 ‘명예롭게’ 퇴직을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철밥통’ 교직생활을 정리하고 제 발로 나온 것입니다. 이런 제가 모욕적 언사와 성추행을 견디고, 퇴직금 때문에 11개월마다 해고당하며, 하루아침에 문자로 해고통지를 받는 이들을 온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최소한 평등한 그릇에 인간의 존엄을 담아내는 연대의 손은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을 그리는 고흐 -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미술체험여행
오현미.강시정 지음 / 블로그북봄날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고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을 대하는 두 분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마음이 훈훈해지고, 열정 가득한 선생님이 직접 그림을 여기저기 짚어 가며 똑똑 부러지게 설명해주시는 걸 보고 있는 듯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서는 나도 이제 고흐와 그의 그림에 대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 정도로 뿌듯했어요.

사실 그림을 보면 늘 막막했어요. 특히 명화라는 그림을 보면, 혹은 이름 있는 화가들의 그림을 보면 이게 왜 칭송을 받나 유심히 보고 있지만 어디를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는 그런 상태고, 좋다 싶어서 고개를 주억이지만 그냥 그럴 뿐 감동까지는 못 느끼는 그런 상태로 머릿속에 기억 한 장 추가하는 정도였어요. 그래서 사실은 중고등학교 때 음악, 미술 선생님들이 원망스럽죠. 성적에 들어간다고 팜플렛 모으기는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정작 감상이라는 걸 어떻게 하는지는 배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 이제야 이렇게 아이들 보라고 산 책을 가지고 그림 보는 법을 배우는군요.


많이 아프고 슬펐던 고흐의 삶,

예전에는 그냥 친구와의 말다툼 끝에 제 귓불을 잘라버린 괴팍한 화가로만 알고 있었죠. 힘들게 일하지만 정직하게 살아가는 광부와 농부와 미술재료를 팔던 탕기 영감 같은 이웃들을 존경하고 존중했던 고흐의 따뜻한 마음도 모르고, 고달프고 외로웠던 삶 속에서 친구 하나 옆에 두지 못하고 말다툼 끝에 그마저 떠나보내야 했던 자신에 대한 후회와 적막감에, 환청에 시달릴 정도로 번민했던 그의 아픔도 모르고.

고흐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아마 다른 책에서도 읽었을 터이지요. 그런데 지금에야 이렇게 가슴이 먹먹한 것은 아마 이 책을 쓴 선생님들의 고흐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절절하기 때문이겠지요. 선생님들은 아마도 마음결이 고운 분들이겠지요.


안 망했구나. 다행이다.

사실은 이 책 뒷갈피에 나와 있는 펴낸이를 잘 알지요.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책 만드는 일을 시작한다기에, 그 어렵다는 출판일을 어찌 하려나, 힘은 못되어 주고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참 좋은 분들을 만나 이렇게 실한 놈을 세상에 내어 놓네요. 지난번에 펴낸 <빛을 그리는 모네>는 조금 부족하다 싶었는데 이제 내공이 많이 쌓였나 봅니다. 

세상에 태어날 가치가 없는 목숨은 없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지지 않아도 될 인간의 노작들은 많습니다. 이 출판사가 앞으로 펴내는 모든 책들도 그로 인해 세상을 더 풍요롭게 하는 그런 책들이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