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 알베르 카뮈 전집 7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책세상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페스트'는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장편소설이다. 까뮈는 기록이라고 작품 속에서 밝히고 있지만,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한 듯하다. 일단, 까뮈가 실존주의 문학의 거두로서 20세기의 세계는 물론 특히 1950년대 한국 문학에 미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다. 장용학, 오상원 등 우리 한국문학사에 커다란 장을 장식하고 있는 많은 50년대 작가들이 그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아마도 실존주의가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전쟁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된 것처럼 우리도 6.25라는 전쟁의 경험이 공통 분모가 아니었을까 한다.따라서 '페스트'는 참담한 현실을 겪은 전후 한국 사회에 하나의 등불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작품의 배경을 보면,까뮈는 오랑의 알제학교를 다녔고, 오랑에서 교편을 잡았던 적도 있다. 그래서 현실에 존재하는 작품의 배경에 사실성이 가미되어 극적인 효과를 낸다. 또한 바다와 사막 사이에 위치한 오랑시는 페스트가 만연하여 극도의 상황에 몰리는 작품의 상황에 정확히 어울린다.

그런 오랑에서 자유가 철저히 억압된, 마치 전시 상황이나 감옥 생활을 방물케 하는 부조리 속에서 다양한 군상의 모습이 드러난다. 신에게 의존하는 파늘루 신부, 현실을 벗어나려는 랑베르 기자, 오히려 현실을 즐기는 코타르 등 억압의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까뮈가 가장 애착을 갖고 부조리의 상황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한 인물이 의사 리유다. 그는 타루와 더불어 페스트가 도시를 죽음으로 휩쓰는 과정에서도 결코 굴하지 않는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 준다. 단순히 희생정신이 가치로운 것이 아니고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가 제한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 주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리유의 집에서 타루의 질문에 리유가 대답하는 부분은 가장 인상깊었다. 왜 그렇게 희망도 없는 일에 열심인가라고 묻자 리유는 그저 어둠 속에서 보고자 할 뿐이라고 대답하는데 아마도 까뮈가 이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자 한 것은 바로 이런 리유의 인생관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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