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대부분의 비극작품은 '햄릿'이나 '리어왕'의 경우처럼 주인공이 겪는 갈등으로 인해 나라가 흔들리고 주인공의 죽음과 더불어 국가사회의 질서도 회복되고 주인공의 영혼도 구제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오셀로의 경우만은 주인공의 운명과 국가의 운명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 사실 이점이 오셀로의 가치를 도욱 높혀 주는 면이 아닌가 한다. '오셀로'는 현상과 실체 사이에서 생기는 파행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아고는 부정적이고 냉소주의자적인 사악성을 발휘하여 오셀로의 애정과 영혼을 파멸시켜 우매하고 취약한 인물로 만들어 버린다. 악마성의 대표로 나오는 이아고는 겉은 강하지만 속은 여린 오셀로의 인생을 저주해 버리는 것이다. 결국 오셀로는 아내인 데즈데모나를 의심하여 죽이고 만다. 하지만 나중에 진실을 깨닫고 자살한다. 그런데 오셀로의 죽음은 절망 속에서 죽은 멕베스와는 달리 죽음으로서 영혼을 구제하고 있다는 데 또하나의 차별성을 지닌다. 비극의 절정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카타르시스'의 진수를 알게 해주는 작품인 것같다. 또한 좁은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의 수에도 불구하고 고차원의 비극을 창조한 셰익스피어의 작가적 재질이 돋보인다. 정말로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대문호의 대작이다.